<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by 박종승

나는 사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끝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뉴 유니버스>가 <다크나이트> 시리즈도, 다른 MCU 시리즈들도 하지 못했던 영화와 영화 간, 세대와 세대 간, 차원과 차원 간의 벽을 허물고 완벽해질 수 있었던 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힘도 한몫했다고 보는데,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바로 내 눈앞에 그것도 실물로 마주하게 되는 광경은 실로 놀랍다. 마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찔끔 흘린 건 아마 내 기억에서 처음이지 않나 싶다.


불과 한 개의 씬이면 충분했다. 전작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에서 이어지는 시작, 쿠엔틴 벡(제이크 질렌할)이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고등학생 피터 파커임을 전 세계에 밝힌 것인데 그로 인해 곁에 있던 MJ(젠데이아 콜먼)에게까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피터가 군중 속에서 MJ를 구출해 웹스윙을 하는데 “다신 이거 안 한다고 했잖아.”라며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것을 무서워하던 그녀가 위기에 처하자 다시 그의 품에 찰떡같이 안길 때, 그리고 나와 커플 신발일 때 다 끝났다.(원래 하나 좋기 시작하면 별 게 다 좋다.) <메기>(2019)에서 윤영(이주영)이 성원(구교환)의 자전거 핸들에 앉은 채로 안겼을 때보다 더 좋았다. 속으로는 박수를 쳤다!


사실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하는데, 이미 포스터부터 스포일러 한 가득인데 내가 뭘 숨겨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샘스파와 어스파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할 때, 엠마 스톤(그웬 역)이나 데인 드한(그린 고블린 역)이 등장하지 않으려나 내심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괜찮다. MJ가, 구분을 위해 젠데이아 콜먼이 연기한 미셸 존스가 차고 넘치게 좋기에 커스틴 던스트가 분한 메리 제인에 대한 아쉬움도 덜하듯, 이번 편에 등장한 윌렘 데포(그린 고블린 역)와 알프리드 몰리나(옥토퍼스 역)도 충분했기에. 그리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있기에!


단지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 이상으로, <스파이더맨 2>(2004)나,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에서나 봤던 히어로의 고민까지, 단지 꾸며주는 수식어가 아닌 진짜 우리의 ‘이웃’이 된 피터 파커를 보는 재미는 그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넘어 모든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좋았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쿠키영상을 본 이상 아껴뒀던 <완다 비전>을 보기 위해 디즈니+ 결제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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