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2021

by 박종승

결론부터,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꽤 좋았다. 그리고, 나는 <베이비 드라이버>(2017)도 별로였다. 안셀 엘고트가 분한 베이비라는 캐릭터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그건 이번 영화의 토니에게서도 그랬다. 두 캐릭터 다 연기가 별로였다. 주인공의 연기를 빼곤 다 좋았다. 다 좋았다.


스필버그는 1957년을 배경으로 한 1961년도의 동명의 영화를 말 그대로 제목도 바꾸지 아니하고 그대로 가져왔다. 1961년에 만들어진 영화는 2시간 33분, 2021년에 만들어진 영화는 2시간 36분. 두 영화는 러닝타임에서 단 3분이라는 미미한 차이만 갖는다. 스필버그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그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는 1961년의 영화를 할 수 있는 한 그대로 가져오길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2022년의 관객에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야기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낡은 것으로, 이미 많이 봐서 지루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2022년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니. 여기서 다시 환기하고 싶은 건, 이 영화의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다. 나는 그가 과거의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데에 능력이 부족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 나이의 한창 활동하는 감독들보다 나으면 훨씬 더 나았을 테다.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전에 그가 만든 작품은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이었다. 그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링컨 센터가 지어질 예정이라는 팻말로부터 한창 공사 중인, 어쩌면 폐허처럼 보이기도 한 곳을 버드 아이즈 숏으로 담는다. ‘1957년, 뉴욕’이라는 문구는 나오지 않았지만 관객을 그 시대로 데려가고자 함일 것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래간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오던 와중, 처음으로 시도한 뮤지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배우들은 극 중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은 비를 타고>(1952)나, <물랑 루즈>(2001), <라라랜드>(2016)와는 다르다. 빗속에서 사랑을 말하던 이나, 꽉 막힌 고속도로 위 수많은 댄서들이 추는 춤과 그것을 담아냈던 카메라와는 다른 태도를 취한다. 제트파와 샤크파가 강당에 모여 춤을 출 때엔 물론 멋진 춤사위를 클로즈업할 때도 있으나 관객은 인물 개개인이 어떤 춤 동작을 구사하고 있는가 보다는, 두 집단이 대비되는 의상 컬러는 물론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이지 않고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후반부 토니와 리프(마이크 파이스트)가 한 물건을 두고 쟁탈하기 위한 대결구도에서도 그들은 분명 춤을 추고 있으나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인물들의 춤을 담는 건 <스파이 브릿지>(2015)나 <더 포스트>(2017)에서 인물들의 긴 대화를 담는 방식 같았다.


60년 전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구시대적이라고 느껴지지만, 오늘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이, 이민자 집단에게 “너네 나라고 꺼져.”라고 말하는 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눈물이 삼켜지지 않는 키스가 있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잠시 후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일 뿐이거나, 소수의 그들만 그럴 뿐이다. 다른 이유로, 다른 집단과 충돌해 1년 간 교도소에 다녀온 토니는 영화에서 퇴장하지만, 다른 이가 그것을 대체한다. 1958년을, 1959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또 만들어도 똑같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 아니타(아리아나 드보우즈)가 위험을 무릅쓰고 약국을 갔다 봉변을 당한 장면 역시 2022년에 보기엔 구시대적인 표현이지만 그것을 굳이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유는 그것일 테다. 스필버그는 이미 수도 없이 많은 그의 영화에서 이런 염세적인 입장을 유지해왔고, 나는 그에 완전히 동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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