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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an 21. 2022

<러브 앳>

Mon inconnue, Love at Second Sight, 2019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지금에 충실하라는 말은 나도 할 수 있다나도 안다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머리로 아는 걸 다 행동에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뭐가 그렇게 바쁘다고뭐가 그렇게 힘들다고네 눈을 바라보고 네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에 소홀했을까처음엔 안 그랬는데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이라고 생각했는데너를 만나기 전의 내 삶에도 분명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네게서 등 돌리고 눕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정작 등을 돌리고만 나라니내가 지친 만큼 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당장의 순간에 왜 나는 충실하지 못했나네 곁에서 너의 방패가 되어주겠다던 나는 어디 있었나난 왜 그렇게 변했나아니원래 그게 내 모습이었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요.”라고 말하며 내가 생각만 했던 건 일은 다음에 잘하면 돼요오늘은 추억이 되겠죠.’ 다 지나간 마당에 미친 소리 같겠지만 우리 이야기를 소설로 다시 써보자면아마도바로 사랑에 빠졌겠지함께 성장하고모든 걸 공유하고처음엔 근사했을 거야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널 바라보는 법을 잊게 될지도 몰라지금은 가정이지만그럼에도 결말이 다르진 않았을 거 같아널 사랑하는 순간이 내겐 가장 빛나는 순간이야영화처럼소설처럼 다른 평행우주의 나로과거로 돌아가 실패한 너와의 관계를 다시 쌓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 실제로 내가 모든 걸 망쳐보기 전엔 깨닫지 못하는 현실의 나너를 잃고 뒤늦게 널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나.


서너 시간씩 밖에 못 자는 고된 일정에도 코피 한번 흘리지 않지만 머리를 식힐 겸 산책을 하다 코에서 흐르는 차가운 느낌에 정체를 알고자 손등으로 스윽 닦아봤다역시 코피는 아니었다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해보는 게 있다면너에겐 알고 있으니까 굳이 다시 한번 기회를 달란 말 따윈 할 수 없었다널 사랑했던 순간이 내겐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러브앳 #프랑수아시빌 #조세핀자피 #벤자민라베른헤 #위고젤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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