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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an 24. 2022

<블루 제이>

Blue Jay, 2016

 울고 있는 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말 같지 않은 농담을 건넸다움츠러든 너의 어깨를 어찌할 줄 몰라서막연하게 힘내라.’, ‘괜찮다.’ 고만했다. 우리는 늘 그랬었으니까뭘 하든 재밌고즐거웠으니까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던 대화들이 너무 행복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렇게 나에겐 난 아직 놓지 않았으나날 놓고 떠나간 너와 함께한 마법 같은 순간들이 향수처럼 남아있다나는 널 떠나보내지 않았기에그럴 수도 없기에 너와 나눈 말들네가 남긴 사진들네가 떠나며 남긴 선물을 여태 포장도 뜯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시간이 흘러 색이 바랜 편지처럼무채색이 된 과거에 난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보던 하늘처럼 푸른색을 자꾸만 칠하고 또 칠했다.


우연히 마주친 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인사를 할지 말지 망설이고악수를 청할지 말지 망설이고그렇게 태엽이 고장 난 인형처럼 잘 지냈냐고 묻는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어색한 공기가 맴돌았지만행복했던 순간들을 몸이 기억했고머리는 애써 입은 상처를 외면하고 있었다마지막 순간임을 모르지 않았으나언제 그랬냐는 듯 많이 웃었다그렇게 10년이고 20년이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싶었던 때처럼좋아한다는 말이 주체할 수 없이 나와 버릴 만큼전하지 못한 편지에 꾹꾹 눌러 담은 말너무 힘주어 써서 뒷면에 울퉁불퉁 자국이 남은 말넌 내 사랑이야우리는 어떤 일이든 함께 해쳐나갈 수 있어난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내가 더 큰 사람이 되어 네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너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을게.


#블루제이 #마크듀플래스 #사라폴슨 #알렉상드르레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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