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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Feb 08. 2022

<해피아워>

Happy Hour, 2015


진짜 행복이란 게 뭔지나는 언제 행복한지, 30대 후반에 접어든 네 명의 친구 아카리(타나카 사치에), 사쿠라코(키쿠치 하즈키), 후미(미하라 마이코), (카와무라 리라)은 절친한 친구로서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으나각자의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제목이 <해피아워>이지만 영화는 인물들의 언해피한 순간들을 클로즈업한다행복한 미소를 보이는 장면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이들이 여행을 갔을 때를 마지막으로 5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다시 보기 어렵다.


여행을 간다전차를 타고 모처의 산에 오르고 있다그런데 이상한 것이 전차 내에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모두 역방향으로 앉아있다산을 오르는 내내 자신들이 올라온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소풍을 떠나왔는데 다시 돌아갈 일상을 보고 있다하마구치 류스케는 <아사코>(2018)에서도 그랬다아사코(카라타 에리카)가 판타지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뒤로하고 현실의 료헤이(히가시데 마사히로)에게로 돌아가듯, <해피아워>의 인물들도 현실로 돌아갈 참이다정상에 올라 각자가 준비한 음식들을 나눠 먹는데 안개가 자욱해 산 아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돌아갈 현실은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미래이다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일지행복할지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오늘도 내일도 나아갈 우리들.


무게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중심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그것을 기어코 되찾기 위해서 자신과 소통하는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집을모두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매 순간 외부적 요인으로 흔들리는 와중에도나 혼자서 중심을 잡기에도 힘든 와중에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도 중심을 맞춰야 한다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할 땐 그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눈을 마주하고 몸의 중심을 맞춰가며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도이젠 더 알아갈 것도 없겠다 싶은 순간에 오히려 소통이 부족해서둘 사이의 중심을 맞추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와 그로 인한 상처가 있음을 뒤늦게 자각하게 된다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어제의 그 사람과 오늘의 그 사람도 다르다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이 순간에도 상대방을 잘 이해한답시고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던지는 무엇들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우리 사이의 쌓여 벽을 이룬다오늘도 중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영화는 네 명의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까지 출연시키는데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눈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어김없이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한다.


인물들은 자신의 문제점을타인의 문제점을 말하면서 자신의 시야 안에서 판단한다자신이 지금 바라보는 이에게서 말이다영화 안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인물들이 마주하고 있지 않을 때였다영화가 시작할 때 네 명의 주인공은 같은 방향을 바로 보고 앉아있었고모종의 사건을 통과한 사쿠라코와 시어머니항구에서 준과 다이키병원 테라스에서 후미와 아카리 같은 상황들이 그렇다. <아사코>의 마지막 장면도 그랬고 말이다모든 것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한 순간에 폐허가 되기도가장 소중한 것이 나에게서 떠나가기도 한다최악인 건나에게서부터나의 어떤 행동으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내가 컨트롤할 순 없다내 삶도 그러한데 타인의 삶은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억지로 마주하며 풀어내 보겠다고 애쓰는 대신각자의 무게를 인정하고각자의 시야를 지키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어두운 터널의 끝에 밝은 볕이 드리운 오프닝처럼.


이런 상황 말고 어떤 게 가능했을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르겠더라고그래서 자책은 안 해할 수가 없어오히려 지금 나는 기뻐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구나하고이상한가?”


#해피아워 #타나카사치에 #키쿠치하즈키 #미하라마이코 #카와무라리라 #하마구치류스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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