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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Mar 16. 2022

<스펜서>

SPENCER, 2021

실제 비극을 기반으로 꾸며낸 이야기.”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실화라고 언급하는데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스펜서>를 열면서 이미 태도를 확고히 하고 있다. 1991다이애나 왕세자비(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크리스마스를 연휴를 맞아 왕실 가족들이 모이는 샌드링엄 별장으로 향한다엘리자베스 여왕(스텔라 고넷)이 키우는 개들을 위한 전용 운전기사도 있는 마당에 그녀는 홀로 운전을 하고 있다어려서 자랐던 지역이기도 하고 스스로 운전해서 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던 건데 결국 길을 잃고 만다길가에 있던 식당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그녀가 모두 다이애나임을 알아본다. “어디에 있는 거죠?”라는 그녀의 대사는 단지 길만 잃은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로서 역사를 그대로 스크린 위에 재현해낸 영화가 있는가 하면, <스펜서>는 감독의 전작 <재키>(2016)에서처럼그 인물의 감정과 내면에 조금 더 클로즈업하는 영화다그래서 실화가 아닌 실제 비극을 기반으로 했다고 선언한 것이겠다상대적으로 후자의 영화는 그것을 연기하는 인물의 비중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이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 다이애나 역으로만 26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영화가 실존 인물을 단지 잘 재현해낸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다이애나를 잘 몰랐던 이들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그녀가 느꼈을 감정을 고스란히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그녀의 연기가 좋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만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스펜서>는 다소 지루한 구석이 있다다이애나는 1981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하며 왕세자비가 됐다두 아들도 낳으며 얼핏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지만그녀는 실제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게 국민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왕실로부터 강요받는다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정해진 드레스코드를 지켜야 하며하나의 아이콘으로서 바르면서도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그러나 국민들의 사랑은 굳건한 궁정의 담을 넘어 그녀에게 전달되지 못한다찰스 왕세자는 대놓고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왕실의 체면을 앞세우며 그녀를 궁지로 내몬다연휴 간 왕족들이 먹을 식재료가 군용 트럭에 배송되고군인 출신 삼엄한 경호대와 경찰들이 궁을 보호란 명목 하에 감시하는 일상은 다이애나를 더욱 옥죈다그것을 암시하는 것들이 영화 전반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것이 다소 섬세하지 못하게 배치되어 있다마치 그녀가 연휴 간 때마다 입어야 하는 옷들이 정해져 있어 그녀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꼭 그것을 입어야만 하는 것처럼그녀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우두커니 그곳에 세워져 있다하나도 아닌 여러 개가 반복적으로.


#스펜서 #크리스틴스튜어트 #샐리호킨스 #파블로라라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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