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벤느망>

L'évènement, 2021

by 박종승

1964년의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은 지도교수가 대학원에 진학해 나아가 교수가 되길 권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파티에서 만난 한 남성과의 하룻밤으로 예기치 않게 임신이 됐고 작가가 되길 바랐던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길 원하지만, 당시에 임신 중지는 불법이었기에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레벤느망>은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고백록 <사건(레벤느망)>을 영화화했다고 한다.


1.37:1의 비율로 찍었으면서도 인물을 화면의 중앙에 주로 배치하는 영화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에 충실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코앞에 흔들리는 안을 두고 어깨를 토닥일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내가 되어 천천히 그녀가 처한 상황에, 감정에 이입할 수 있게 한다. 1964년 프랑스에서 사람들이 성에 대해 가졌던 인식을 영화가 시작하고 천천히,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강의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대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지만 아직 이성과 관계를 가져보지 못한 이들과, 누가 봐도 창백한 그녀의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 없는 안을 보면서 말이다. 안은 기숙사에서 팬티에 무엇도 묻어나지 않았음을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해 손으로 만져보곤 일기에 적는다. “4월 29일 없음. 오늘도 또.”그리고 어두워진 화면에 등장하는 “3주 차”라는 자막. 엄마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터놓을 수 없는 안의 비밀을 덜컥 알게 된 관객은 1.37:1의 작은 화면비 속 안이 취하는 행동과 그녀의 심리에 오롯이 집중하며 마치 나의 일처럼 느끼게 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껴질 만큼 카메라는 가깝게 다가가지만, 그녀의 모든 것을 조명하진 않는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 거리를 걸을 때도, 친구 브리지트(루이스 오리디케로)가 자신의 다리 사이에 베개를 넣고 첫 성관계 시 취할 움직임을 보여줄 때에도 안에게 가까이 다가가긴 하지만 더 깊은 내면을 포착하려 하진 않는다. 다만 그 행동과 그것에 따른 반응만 보여줄 뿐이다. 브리지트에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겠으나, 안은 자신의 몸에 대바늘로 상처를 내야만 하는,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이게 만든 것이기에 마침내 브리지트가 신음을 내뱉을 때 바로 이어서 안은 변기를 부여잡고 구토를 한다. 몇몇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어김없이 클로즈업하며 불필요하다 싶은 이미지들도 있다. 성관계를 맺을 때는 물론이고, 안이 자신의 몸에 어떤 도구를 넣을 때나 마지막의 어떤 장면들은 특히 그렇다. 그러나 영화는 계속해서 클로즈업을 해왔기에 굳이 어떤 장면들에서 주저할 생각이 없다. “여자만 걸리는 병에 걸렸어요. 여자를 집에만 있게 하는 병”이라 말한 안은 이를 1964년에 겪었으나,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2019년에나 낙태 처벌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이쯤 되면 <레벤느망>에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티가 부여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안을 연기한 안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라는 배우를 통해서도 그렇다. 얼굴만이 아닌 몸의 언어로서 실존주의를 말하는 안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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