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승 Jul 07. 2022

<토르: 러브 앤 썬더>

Thor: Love and Thunder, 2022

 

영화의 오프닝에서도 그랬지만 토르는 천둥의 이면서 동시에 MCU 시리즈의 히어로들 중 가장 많은 상실과 이별의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부모도누나와 동생도연인그리고 함께 싸웠던 동료들까지 더 잃을 관계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을 잃었는데, <어벤저스시리즈에서도 그랬고 토르의 아픔은 그가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를 저버리고 술과 음식에 빠져 살이 뒤룩뒤룩 찐 모습으로코믹한 모습으로 만들어 표현했다범 우주적 시리즈에서 다크 엘프드워프바니르센타우리인 등 셀 수 없이 많은 종족이 있으면서도 토르는 신이다하지만 관객이 오랜 시간 시리즈를 접하며 그가 신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어벤저스멤버들이 묠니르를 듦에 실패할 때온몸에 천둥의 힘이 흐를 때의 이미지 정도였지 그는 비범하고 웅장한 신과는 거리가 먼 코믹한 인물이었다.


이번 <러브 앤 썬더>를 연출한 타이카 와이티티가 만들었던 <토르라그나로크>(2017)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데시종일관 경쾌한 리듬으로 타격감 좋은 액션과 유머들이 잘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선사했다면, <러브 앤 썬더>는 <라그나로크>에서 오히려 퇴보한 작품으로 보인다당연히 유쾌해도 좋고코믹해도 좋고영화란 것이 꼭 무겁지 않아도 되지만부제에 러브를 천명하고 나선 <러브 앤 썬더>는 러브를 표현하기엔 배우들의 합이 맞지 않는 인상이다.


타이카 와이티티의 <라그나로크>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시리즈와 톤이 비슷하다고 느끼는데그 안에서 토르는 경쾌하고 코믹한 와중 상대역인 제인(나탈리 포트만)은 너무나 진지하다. <블랙 스완>(2010)의 니나, <재키>(2016)의 재클린 케네디 역이 떠오르는 그녀에게서 밝고 유쾌한 멜로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레옹>(1994)의 마틸다나 <클로저>(2004)의 앨리스로서 어딘가 결핍이 있고 아픔이 있는 캐릭터들과 톤이 비슷한데역시 잘 섞이질 않는 느낌이다.


어쩌면 토르나 제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이 영화의 빌런 고르를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은 그보다 더하다굳이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그가 연기해왔던 모습을 생각해보라영화가 시작하며 고르의 존재를 알리는데 마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베인(톰 하디)과 탈리아(조이 킹)의 톤브루스 웨인이 지하 감옥에서 탈출하던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메소드 연기였다시종일관 토르-제인과 충돌하는 고르는 불협화음을 낸다.


신을 죽이는 자로 설정되어 고르가 온전히 홀로 이끌어가는 오프닝은 맥거핀에 불과하다이미 <어벤저스시리즈와 지난 10년 간 3편의 단독 시리즈로서 성장과 침체기를 모두 겪은 토르가 무기력한 퇴물로 전락했다가 다시 재기하는 성장기를 쓰기엔 제인과도고르와도 잘 엮이지 못한다이 영화는 토르가 주인공인 솔로 무비인데, 정작 토르가 주인공으로서 비중을 갖고 이야기를 이끌어갈 힘을 갖지 못하니 이야기는 힘을 잃는다. <라그나로크>가 기존 <어벤저스시리즈에서 살짝 톤을 달리하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면, <러브 앤 썬더>는 다음을 위한 주춧돌도 되지 못하고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유통기한 지난 제품 같았다.


#타이카와이티티 #크리스햄스워스 #나탈리포트만 #크리스찬베일 #테사톰슨 #영화

작가의 이전글 <소설가의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