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Elvis, 2022

by 박종승


나는 비틀즈는 알았고, 롤링 스톤즈의 노래도 알았지만, 사실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인물이나 그의 노래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완전히 처음 본 건 아니었으나 주연작으로서 아마도 처음 소개될 오스틴 버틀러의 안에 엘비스의 영혼이 들어가기라도 한 듯한 연기, 그리고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연출과 더해져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했는지 알게 되어 좋다.


169분의 러닝타임은 분명 길지만, 영화는 생각처럼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을 표현하는 데에 그것도 짧다고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영화를 가득 채운 엘비스의 이야기, 그리고 실제 공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장면들이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흑인과 백인이 같은 공간에 서있지도 못했던 시기에 흑인의 음악을 한 백인의 이야기. 마틴 루터 킹 목사나, 샤론 테이트의 이름이 언급되는 시기에 시대를 앞서간 그의 음악은 정치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영화 안에서 그가 대중들 앞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하는 순간, 관객들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사실 그 구렌 나룻을 말고는 그에 대해 무지했던 나 역시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그처럼 나의 다리도 흔들리고 있었다.


엘비스의 매니저를 맡았던 톰 파커 대령 역을 맡은 톰 행크스도 처음엔 의아했다. 바르고 정직한 미국인의 캐릭터로 오랜 세월 자리 잡은 그가, 엘비스를 혹사시키고 약물에 중독되게 만들어 죽음이 이르게 만들었다는 인물을 맡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설들이 있었음에도, 그리고 완전히 사실이 아닌 건 아니었음에도 엘비스가 타락할 수밖에 없었던 삶을 영화는 너무나 잘 보여준다. 단순히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그래서 노래로써 어떤 말을 세상에 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과정에서 그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목도하고 있노라면, 마냥 톰 파커를 욕할 수만은 없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 여운이 남아 생전 그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데, 감흥이 또 새롭다. 영화로서 재현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순간보다 관객과 입을 맞추는 시간이 더 긴 <Love me tender>를 볼 때에도. 금단의 열매를 통으로 삼키려는 관객들을 보면서도 느껴지는 것들은 바즈 루어만이기에 가능했다 싶기도 하다.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관객과 무대, 음악을 향한 엘비스의 열정이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헌사가 아닐까.


#엘비스 #오스틴버틀러 #톰행크스 #바즈루어만 #영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토르: 러브 앤 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