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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08. 2022

<썸머 필름을 타고!>

It's a Summer Film, 2020

나의 삶을 살기에도 벅찬데 다른 이의 이야기에 내어줄 시간은 1분도 아쉬울 터그런데 2시간에 달하는 영화는 오죽하겠는가.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 길이에 익숙해지고심지어 1분 내의 영상들이 흥하는 지금에는 더 그럴 것이다. 2시간도 긴데 4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며 인터미션을 갖는 경험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등장하며영화를 소재로 다루는 영화는 얼마나 열렬히온 마음을 다해 그것에 임하고 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다좋아하는 감독의 신작을 보기 위해다양한 OTT 서비스가 세계적인 추세가 됐음에도 자료를 구할 수 없는 영화를 보기 위해 먼 곳까지 시간 내어 가는 이들의 얼굴은 이미 집을 나설 때부터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너무 좋은 영화를 만나고 나면 그날의, 그 시간의 날씨와 분위기는 물론 그 상영관까지 눈에 새기고 싶다.


영화 안에서 고교 동아리 활동으로 영화를 찍는다하지만 촬영에 참여한 이들이 모두 영화에 대한 같은 마음으로 모인 건 아니었다야구를 좋아하는 이도 있고자전거를검도를, SF 소설을 좋아하는 등 각자 분야는 다르지만 그것에 온 마음을 다해봤기 때문에 다른 이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흔쾌히 고된 노역에 가담한다심지어 실제 이름도 아닌 맨발이나 킥보드처럼 별명으로 불리지만 작은 배역 한 명에게도 마음을 쓴 티가 나서 이 영화가 반짝인다온몸에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진행되지만 누구도 그것에 불평하지 않는다감독의 우유부단함으로 일정에 차질이 생겨도막무가내다 싶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도 말이다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눈으로 보지 않고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흔들 때 나는 소리만 듣고도 선수를 맞출 수 있어야 하고칼을 쥔 자세만 보고도 어떤 영화의 누구인지 맞춰야 하지만누구도 그 정도라는 것에 불평하지 않는다모두가 그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 진심이기 때문에.


인생영화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여주며 에드워드 양 감독님의 <하나 그리고 둘>을 말하고 설명하기에 지쳐 그냥 <해리포터시리즈라고 에둘러 말하는 나의 모습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는데(그것이 거짓말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고 결국 칼로 벤다는 건 결국 고백이니어떤 식이든 자기 분야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는 선전물 같았다광고가 아닌 선전누구에게나 어설펐던 데뷔의 순간이 있기 마련이고언젠가 분명히 걸작을 만들어낼 우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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