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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Sep 13. 2022

<공조2: 인터내셔날>

Confidential Assignment2: International

사실 내게 <공조>(2017)는 꽤 진중한 태도로 임하는 인상이었다면,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는 코믹한 요소를 더 가미한 것 같았다전작의 인물과 설정배경 그리고 많은 장면들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조금 더 발전시키는 방향을 택하는데두 편 모두 풍선에 바람을 힘껏 불어넣는데 힘이 부족해 놓치고야 마는맥없이 이리저리 흩날리고야 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과 북의 형사가 합작하는 구도는 이미 먼 헐리우드까지 가지 않더라도장훈 감독의 <의형제>(2010)에서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의 합에서 익히 보았던 것이다미남미녀가 원톱을 맡는 스테레오 타입을 살짝 비트는 구도에서 주는 신선함은 없는 와중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 혼잡하고 미흡한 설정과 연출은 배우들의 호연마저 온전히 감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미 <공조>가 개봉하던 2017년 이전부터 <부산행>, <덕혜옹주>, <터널그리고 <군함도>, <택시운전사>, <남한산성>, <1987>(개봉 일순) 같은 영화들이 지나간 시대의 과오를 되돌아보고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기였는데 무려 5년이 지난 뒤에 나온 속편이 그때로부터 전혀 나아가지 못한 모습은 아쉽다지금의 남북 상황은 고려할 거리도 되지 못한다무릇 이런 액션 영화에서 최신식 병기도 주인공을 위협하진 못하지만 그들의 발목을 잡는 건 언제나 사랑하는 주변 인물이다. 북에서 철령(현빈)이 복수심에 불탔던 것도 화령(신현빈)의 죽음 때문이었고완벽한 철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해 보이는 태진(유해진)마저 총칼이 큰 위협이 되지 못했으나그를 흔들리게 하는 건 가족이다.


가족이어도 괜찮다내가 저 상황이더라도 가족의 안위가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것보다 우선시 될 테니까그런데 그 가족의 표현이 너무 구시대적이다. 1편과 2편 모두에서 이름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진태의 아내이자 연아(박민하)의 엄마는 박소연”(장영남)이다목숨을 걸고 국가적인 임무를 맡는 진태와 다르게 소연은 언제나 가사에 열중이다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장면에서 소연은 모두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가족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기에 바쁘다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청소기를 돌리다가 진태가 하는 말을 잘못 듣기도 하고설거지를 하기 위해 수돗물을 틀어놨다가 민영(윤아)과 진태의 소란을 못 듣기도 한다그래도 2편에서 빨래를 개는 것 대신 비즈 공예로 강아지를 만들고 있으니 나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남자는 바깥일만 하고 여자는 집안일만 하는 게 정해진 시대는 이미 지났다그리고 꽤 자주 소연과 민영이 준비한 음식을 남자들은 몇 번 뜨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식당에서 사 먹는 장어와는 다르게.

  

민영의 역할도 제한적이다잘생긴 남자에게 쉬이 끌리는 것처럼 그려지는 민영은 1편에선 중반 이후 소리 없이 퇴장하고, 2편에선 무슨 역할을 맡은 거 같긴 한데 역시 뭘 했는지 모르게 퇴장하고 만다빨간 원피스를 입은 예쁜 핀업걸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아이폰을 사달라고 조르던 어린 연아는 나이만 먹었지 같은 역할을 그대로 수행한다.


인터내셔날이라 천명하고 나서서 미국까지 배경을 확장시킨 시도는 좋으나오히려 극을 이끌어가는 축도 같이 분산된 느낌이다. 1편은 차기성을 향한 림철령의 복수심이그리고 일련의 과정에서 생긴 진태와의 연대로 이끌어갔다면이건 장명준(진선규)의 이야기인지림철령의 이야기인지(다니엘 헤니)의 이야기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장명준과 림철령도 과거에 소속이 같았을 뿐이지 두 시간 동안 둘의 연결고리라곤 하나도 없는데그것이 다시 진태와 잭에게로 나아갈 수 있을 리 만무하다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가 아니라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세 배우의 합보다 진라면참깨라면테라가 더 기억에 남으니.


#공조2인터내셔날 #현빈 #유해진 #윤아 #다니엘헤니 #진선규 #장연남 #박민하 #이석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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