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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Sep 20. 2022

<레드 로켓>

RED ROCKET, 2021

사실 포스터만 보고 삼류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넘겼는데알고 보니 감독이 션 베이커였다제목인 <레드 로켓>이 무슨 뜻일까영화 안에서 어떻게 그것이 그려질까 벌써부터 궁금했다우선, <레드 로켓>은 개의 가랑이 사이로 흔들리는 성기를 뜻하는 은어다.


션 베이커의 영화들은 주인공의 여행기 같은 것이다. <탠저린>에선 크리스마스를 맞아 LA로 인물들이 모였고, <플로리다 프로젝트젠시(발레리아 코토)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스쿠티(크리스토퍼 리베라)가 각자의 사연으로 매직 캐슬과 퓨처랜드 모텔로 모였다이들은 모두 어딘가로부터 영화 속 장소에 와있고그리고 다시 어디론가 향해 여정을 떠날 것이다그 과정 중 어떤 포인트에 클로즈업하는 션 베이커의 섬세하고 사려심 깊은 장면들은 이번 <레드 로켓>에서도 인상적이었다업계에서 수상도 여럿 했을 정도로 잘 나갔던(스스로 그렇다고 말한다마이키(사이먼 렉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일푼으로 오래간 만나지 않았던 아내 렉시(브리 엘로드)의 집으로 향한다.


자칭 스타인 마이키는 근처 도넛 가게(상호는 도넛 홀)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이제 갓 성인이 될 스트로베리(수잔나 손)의 매력에 빠져 포르노 배우 에이전트로서 재기할 꿈을 꾼다마이키는 수잔나와 사랑 혹은 섹스를 하며 동시에 스트로베리가 포르노 작품 속에서 어떻게 비칠지를 동시에 생각하며수잔나를 원하는 마음과 동시에 돈을 벌 궁리를 한다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만사랑하는 이의 성을 상품화시킬 궁리를 한다스트로베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프러포즈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을 마이키가 스트로베리에게 전달할 때에 그 뒤로 시끄러운 기차가 경적소리를 내며 지나간다마이키가 당최 무슨 말을 하는 건지시끄러운 소리에 인상이 절로 찌푸러지는 상황에서 스트로베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은 이들의 상태를 오롯이 나타내는 장면일 것이다.


망상이라고 해야 할까파란만장한 미래를 꿈꾸는 둘은 제외한 영화 속 등장인물 모두가 이들에게 차갑다아마도 과거에 스트로베리처럼 홀려 결혼을 했을 렉시는 마이키에게 포주라 말한다그 어떤 모욕에도 굴하지 않던 마이키를처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도로 위를 내달리며 영화의 제목을 상기시키는 장면에서도 수치심이라곤 안 느끼는 것 같은 그를 얼어붙게 만드는 유일한 순간은 렉시가 마이키에게 포주라 일침을 놓는 장면이었다.


영화는 걸리적거릴 정도로 장면과 장면을 많이 잘라놓았다정말 최소한의 인과관계만 형성이 될 정도로 잘라두었는데이를 테면 마이키는 스트로베리와의 달콤했던 순간이 꿈이었던 것처럼 렉시의 옆에서 번쩍 잠에서 깨기도 하며하나의 사건이 빠르게 일어났다가 빠르게 종결된 뒤 다른 사건이 또 빠르게 일어났다가 빠르게 종결되기를 반복한다어떤 장면들에선 시작과 끝만혹은 시작과 끝 중 하나만 존재하기도 한다과거의 A에서 현재의 B를 지나미래의 C로가는 여정에서 영화는 마이키를 혹은 또 다른 인물을 계속 B로 끌어다 놓는 것만 같다과거에의 과오를 반성하길실패가 예상되는 미래로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그렇게 자신의 빨간 로켓을 덜렁거리며 밤새 달려가 마주한 스트로베리는 빨간 비키니를 입고 그의 앞에 서서 춤을 추고 있다뜨거운 햇빛에밤새 달려온 피로감에마침내 만난 예쁜 그녀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마이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C로 나아가겠지아마도 젠시와 무니의 미래일 수도 있을 그곳으로.


#레드로켓 #사이먼렉스 ##수잔나손 #브리엘로드 #션베이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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