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Walk Up, 2022

by 박종승

태어나 죽음까지의 여정을 쌓아 올려 탑을 만들었다. 올라와 보니 또 달랐다. 아래층에 있던 건 없었다. 무엇인가 없는 것이 반복되고, 오름을 반복하다 보니 없는 것이 반복됐다. 아래층에서 했던 건 지금은 하지 않는다. 지나간 아래층을 벌레 보듯 보기도 한다. 지금까지 탑을 쌓아 올린 것이 틀렸다 싶어,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허물기엔 힘들어 탑 밖으로 나와 보니 안에 있던 건 없었다. 무엇인가 없는 것이 반복되고, 나오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없는 것이 반복됐다. 안에서의 나와 밖에서의 나는 다르지만, 어디까지 안이고 어디부터 밖인지 저마다 기준은 다를 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탑을 쌓아 올리려면 분명 탑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계속 안인 것 같고, 계속 밖인 것 같다. 필름 속에 맺혀 버린 환상들, 허상들, 허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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