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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an 22. 2023

<해탄적일천>

海滩的一天, 1983

에드워드 양 감독님의 유작 <하나 그리고 둘>(2000)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영화는 현실을 닮아 있어.”

-“그럼 뭐 하러 봐그냥 현실을 살면 되지.”

우리 삼촌이 이런 말을 했어영화가 생겨난 후로 인간의 수명이 3배 늘어났다고.”

-“정말말도 안 돼.”

일상을 통해 얻는 것 말고도영화를 통해 2배의 삶을 더 경험한다는 거지예를 들면 살인 같은 거우리가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잖아영화를 통해 그런 게 가능한 거지.”

 

에드워드 양 감독님은 좋은 영화를 만났을 때작품 속 세상을 직접 겪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했었다그리고 본인의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들 역시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랐을 것이다나는 대만에 가본 적도 없고영화의 배경이 되는 20세기의 대만 역시 잘 알지 못하지만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속 세상을 직접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때론 2023년의 세상과 수십 년 전 영화 속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고 놀라곤 한다.


장개석이 1949년 중국에서 쫓겨난 후 1987년까지 독재정권 하 계엄령이 유지되었고이후 민주화가 이루어지며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30대 두 여성의 대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를 오가는 방식을 취한다영화는 주인공뿐만 아니라과거 사랑에 실패하고 자국을 떠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남성중심의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의 남편을 이용하는 커리어우먼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평생 가부장적인 남편과 살아온 주인공의 엄마 등 다양한 군상의 여성 인물들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볼 수 있다.


보통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대만 뉴웨이브 영화들이 그렇듯 러닝타임이 비교적 긴 편이고(해탄적일천 166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237하나 그리고 둘 173), 그것을 구성하는 롱 테이크와 롱 숏이 많지만영화란 건 어떻게 이 러닝타임 안에 이야기를 편집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는 시간의 매체이고나는 이 길다면 긴 러닝타임이 에드워드 양 감독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심을전력을 다하고 있음이라 말하고 싶다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정식 개봉한 영화 <해탄적일천>은 그 첫걸음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해탄적일천 실비아창 #호인몽 #에드워드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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