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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Feb 02. 2023

<바빌론>

Babylon, 2022

꿈을 좇아 모인 이들의 도시 라라랜드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LA 헐리우드의 명과 암에 관한 이야기.


재즈 피아니스트 셉(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가 인생에 가장 빛나는 순간을 향해 달려가다 이별을 맞았던 것에 두 가닥의 스토리라인을 덧붙인 것이 <바빌론같다는 인상이다이미 헐리우드의 대스타인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는 출연만 했다 하면 흥행이 보장된 인물이고넬리 라로이(마고 로비)는 출연작도소속사도 없이 허름한 집에 사는 배우아니 스타 지망생이다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는 멕시코 출신의 노동자이며 영화계에서 큰 성공을 이루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셉과 미아가 했던 고민은 이미 지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잭의 인생은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고넬리와 매니는 아등바등 노력하며 올라갈 일만 보여줄 것 같았는데더 나아가 이들이 하락을 맞게 되는 시기까지 영화는 밀고 나아간다명과 암이라 말했듯 위에서 아래로 추락하며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며 발생하는두 위치의 인물들의 상황이 역전되는 상황들과 그 과정에서의 이면을 다루는 것이 <바빌론>이다.


영화라는 것이 비주류 문화로 취급받던 시기헐리우드 영화라는 것이 브로드웨이 연극에 비해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던 시기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 등 당시의 많은 시대상이 영화 안에 들어가 있다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비슷한 처지의 인물을 연기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가 자연스레 떠오르는데상대적으로 생소한 인물인 디에코 칼바가 연기하는 매니 역을 따라 관객은 당시의 헐리우드를 체험하게 된다넬리를 보며 <마이 페어 레이디>(1964)에서 빈민가에 거주하다 귀족 부인처럼 행동하는 교육을 받던 일라이자(오드리 햅번)가 떠오르기도 했으며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랑은 비를 타고>(1952)가 영화 곳곳에서 오버랩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겠다심지어 그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 리나(진 헤이겐)가 곧 넬리였기에.


영화가 시작하고 곧장 32분 간 정신없이 보여준 환락의 파티를 밤새 보내고도 그때의 헐리우드는 어떻게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듯 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해나가다 보니, 30년이 넘는 세월을 영화에 담다 보니,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도 부족해져 다소 극단적인 이미지들이 곳곳에 있는 인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유레카!’를 외치게 될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시네마 천국>(1988) 같은 장면을 마지막에 배치했으나 전혀 다른 감상을 갖고 나오게 된다그때나 지금이나 환경은 열악하고빛나는 작품만이 세대를 거듭하며 회자되지만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은 누가 위로해 주나. 우산을 손에 들고 있음에도 비를 맞으며 거리에서 춤과 노래를 하기엔 그 현실은 얼마나 음울했는가에 대해선 언제 누가 말을 해주나이젠 떠나간 넬리에 대한 좋은 면들만 담긴 리나의 이야기를 보며 행복해할 관객들을 보며 위로를 받아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은 떠오르는데그것이 세 시간에 걸쳐서도 확신이 들지 않는 건영화가 그래서 그 늘어난 줄기의 이야기들을 한 데로 모아 밀고 나아가는 힘이 부족하고모두 각자 다른 방향으로 퍼지는 느낌 때문이다영화에서 퇴장하는 인물들을 차례로 보여주면서다시그들의 등 뒤로 점점 멀어지는 방식을 택함으로써(영화가 스스로 그것을 택한 것인지아니면 그렇게 포장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마지막 5분에서 그나마 부여고 있던 것마저 놓게 만드는 것이었다위태롭게 버티고 있던 탑에서 블록 하나를 빼니 와르르 무너지는 젠가 같은 마무리였다.


#바빌론 #브래드피트 #마고로비 #디에고칼바 #데미언셔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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