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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pr 03. 2023

<길복순>

Kill Boksoon, 2023

몸에 문신이 가득한 이가 야쿠자 역할로 나온다. 황정민이 연기했고 일본어 대사를 뱉는다. 영화의 제목도 나오지 않았으나 벌써 클리셰적인란 생각이 들었다. 메이드복을 입고 나온 전도연이 유명한 킬러란다. 어떤 감독의 이름을 굳이 언급하진 않겠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많은 이름들이 떠올랐다. 둘이 칼을 맞대는데 카메라 앞으로 열차가 빠르게 지나간다. 뭔가 튀는 불꽃이 덜하다는 액션에 억지로 박진감을 불어넣는 요소겠거니 싶었다. 사실 변성현 감독이 연출한 줄 몰랐는데, 보는 내내 변성현스러웠다. 킬러 영화지만 킬러가 메인은 아니었다. 킬러인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불꽃들에 조명하는 영화였다. 이전의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6)처럼.


전도연이라는 큰 배우의 작품을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가 연기하는 장면에선 <접속>(1997)으로부터 착실하고, 또 훌륭한 연기로 쌓아온 이미지들이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하녀>(2010)나 <무뢰한>(2014) 같은 것도 보이고, <집으로 가는 길>(2013)이나 <생일>(2018)에서의 것도 보인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앞에 펼쳐지는 서사들. 그가 연기한 <길복순>에는 그 서사가 함께한다. 함께 나오는 설경구 배우 또한 마찬가지일 테지만, 전도연이 연기하는 길복순이라는 캐릭터의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킬러로서 자리를 잡았으며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히 생긴다. 넷플릭스에서 나온 김에 영화가 아닌 드라마 시리즈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인상적인 것은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감독의 이름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데 감독의 이름이 떠오르는 스타일이 확고하다는 것은 분명 변성현 감독에게 큰 힘이 될 테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어색한 연기, 작위적인 대사, 적절하지 못한 CG는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만듦새에 흠을 낸다. 역시 굴곡진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주변인물들이 허무하게 퇴장하는 것들은 영화에서 시선을 거두게 하는 것이었다.


#길복순 #전도연 #설경구 #변성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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