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JOE, 2011
“너도 하나의 우주인데 왜 고민이 없겠냐.” 시골 마을 여관에서 담백하게 시작할 것 같던 영화는 개인이라는 소우주들이 모여 거세게 휘몰아치는, 그래서 끝없이 팽창하는 이야기들, 마치 우주의 빅뱅을 다루는 듯하다. 손목에 난 상처로, 사람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숲 속 어딘가로, 그 모든 것이 담긴 어떤 이야기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동일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낯이 익은데?’,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라는 호기심에 누군가의 소우주로 빨려 들어감은 토끼를 따라갔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 가볍게 놀린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힐 테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에겐 더 이상 이야기할 거리도 없는데 왜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재촉하는지 원망스러울 것이다. <극장전>(2005), <해변의 여인>(2006),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하하하>(2009)에서 연출부 생활을 했던 경력이 눈에 띌 만큼 홍상수 감독의 색이 군데군데 보이기도 한다. <우리 선희>(2013) 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이후의 모든 영화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야기.’ 이야기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소문, 험담 같은 것으로 변하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본질에 충실한 영화가 아닌가. 필모그래피에 ‘조연’ 밖에 없었던 신동미 배우의 발견도 이 영화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 곳곳에서 이광국 감독이 심어놓은 기발한 장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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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테면,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