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ie, 2018
고양이의 수염을 떠올리게 한다고 해서 영어론 cat fish라고 부르는 메기는 저수지나 호수, 유속이 느린 하천의 하류에 서식하면서 민감한 수염으로 바닥을 훑고 다니며 큰 입에 들어가는 것은 닥치는 대로 집어삼킨다. 그 민감한 수염은 땅의 미세한 진동마저 감지해 지진이 올 때는 물 위로 튀어 오르기도 한다. “우주선을 타지 않고 우주에 가는 방법이 뭔 줄 알아요? 방사선사. 인간의 몸이 우주니까.”라고 말한 방사선사는 X-ray 사진을 찍으며 “fire!”라고 외친다. 하얀 뼈만이 남고 두텁게 붙어있던 살은 다 무의미해지는 순간. 우리는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보고 있는가. 상대방이 건네는 호의에 어떤 저의가 있지 않을지 의심하고, 누군가의 말을 듣고 다른 누군가에게 갖고 있던 믿음이 흔들리고, 아주 작은 의심이 커다란 믿음을 집어삼키기까지 메기수염 정도의 민감함이 아니고서야 감지하지 못할 만큼 찰나의 순간이 있을 뿐이다.
병원 구내식당 밥이 너무 맛이 없어 모두가 밖으로 나간 점심시간, 방사선사가 애인을 불러 방사선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와중 누군가가 둘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병원 정원에 걸어놓았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진이 공개된 자리에 걸렸으나 누가 ‘찍었나’보다는 누가 ‘찍혔나’를 두고 사람들은 왈가왈부한다. 간호사로 일하던 여윤영(이주영)은 백수 남친 이성원(구교환)과 방사선실에서 사랑을 나눈 적이 있기에 본인들의 사진이 아닌가 고민하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 사진이 본인의 것이라 생각한 이는 윤영만이 아니었다. 부원장 이경진(문소리) 역시 그러했는데, 윤영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날 이상하게도 둘을 제외하곤 모든 직원이 무단결근을 한 것. 경진은 윤영과 독대를 요청하고, 윤영은 경진이 뭔가 알고 있는 듯하여 “부원장님이세요?”라고 했으나, 경진은 윤영이 사진의 주인공이 본인임을 알고 묻는 것 같아 당황한다. 경진은 모두가 자신의 사진이라 생각했을 거란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병원 사람들 모두가 방사선실에서 사랑을 나눈 걸까요?” 모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하는 사회의 축소판 병원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메기>는 의심과 믿음이라는 소재를 두고 가지를 뻗어나간다. 윤영은 떠도는 루머가 자신의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고, 남자 친구 성원과 의논한다. 성원은 또 나름의 의심을 하고, 윤영은 또 누군가를 의심한다. 그 의심들에는 불법 촬영, 재개발, 청년실업, 데이트 폭력 같은 사회적 이슈들이 들어있다. <꿈의 제인>(2016) 이후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이주영과 구교환 배우님들의 출연만으로 예사롭지 않은 영화일 것이라 짐작했고, 그것은 틀리지 않았다. 아주 예사의 것들을 가지고 예사롭지 않은 상상력은 설정에 역시 예사롭지 않은 배우들을 앉혀놓으니 영화는 더없이 신선하다.
1%의 의심이 99%의 믿음을 집어삼키고야 마는 불신의 시대. 영화가 다루고 있는 그 다양한 이슈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싱크홀로 수렴한다. 영화의 포스터 속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는데, 나도 한번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같은 곳을 향하는 자전거에 올라탄 둘의 모습이지만 서로 반대방향을 보고 있는, 작은 방지턱이나 언덕에도 사고가 날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얼른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메기와 구덩이의 쓰임,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않을까. 이 신선하고 독특한 영화의 매력에 빠져선 나올 생각 않고 더 깊게 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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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목소리는 천우희 배우
성원의 전 여친 여진 역의 이주영 배우는 동명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