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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un 24. 2023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202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2018)를 보기 전까지도 토비 맥과이어(2002, 2004, 2007)의 토니 파커와 앤드류 가필드(2012)의 토니 파커와 톰 홀랜드(2017, 2019)의 토니 파커까지 스파이더맨을 가지고 더 어떤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보기 좋게 예상은 엇나갔고 내게 <스파이더맨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으로 남았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보고 <뉴 유니버스>보다 더 좋진 않았으나밀고 나아간 지점들이 썩 마음에 들었다.


사실 <스파이더맨시리즈를 보며 토니 파커를 연기하는 배우가 바뀌고그것이 <뉴 유니버스>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 마일스 모랄레스(샤메익 무어)로 바뀌었지만그가 가깝게 지내던 경찰가족연인과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것임을 반복해서 봐왔고모종의 사건들에서의 성장통을 겪는 이야기들을 봐왔고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그간 단기간에 쏟아진 MCU의 많은 멀티버스 영화들 속에서 반복되는 지점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소재 자체에 피로감이 느껴지는 상태였고(개인적으론 그런 이유로 <플래시>의 감상을 미루게 되기도 하는데이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유니버스에 가더라도그 세계의 순리가 바뀌게 해선 안 된다는 대전제는 얼핏 떠오르는 <백 투 더 퓨처>에서도 그랬듯 상당히 오래전부터 봐왔던 얘기일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선 스파이더맨 스스로가 그 변수가 된다. “지구-OOO"으로 표기되는 다양한 지구의 유니버스에서마일스는 자신이 지내던 지구-1610이 아니라지구-42에서 넘어온 방사능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맨이 됐다때문에지구-42에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었던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되지 못했고지구-42에는 스파이더맨이 존재하지 못하게 됐다유니버스는 다르더라도스파이더맨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공통 설정이 마일스 모랄레스의 존재 자체부터 깨지게 된 셈이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빌런은 스스로 마일스의 숙적이라 말하는 스팟이다흰 종이에 선을 슥슥 긋다가 만 정도의 낙서 같은 스팟은 몸에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웜홀을 지니고 있다몸에 난 구멍을 다 소진하고 나자 더 많은 구멍을 갖기 위해 스스로 입자가속기에 들어가고야 마는 이는 모든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들이 처치해야 하는 존재가 되기에 이른다모든 스파이더맨들이 겪었던 공통 설정 사건마일스에게 며칠 내로 닥칠 경창 서장인 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어차피 일어날 일이니 받아들이라는 말도 안 되는 스파이더맨들의 말에 마일스는 다들 내 이야기가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내 이야기는 내가 쓸 거야.”라고 말한다스팟은 스파이더맨들의 유니버스를 무너뜨릴 위험요소로 간주되지만어딘가 그리다 만 것 같은 그 존재 자체는 마일스가 공통 설정 사건이라는 말에 묶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 나갈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어쩐지 영화가 시작하며 안녕난 스파이더맨이야방사능 거미에 물렸고... 블라블라블라 말 안 해도 알지?”라 말하는 마일스가 똑같은 이야기가 또 진행될 거라 예상했던 관객들에게 이미 펀치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단순히 멀티버스 영화를 자처하고 나서서과거의 스파이더맨들을 한 자리에 소환하는 팬서비스에 그치지 않고앞으로 나아갈 기반을 착실하게 닦은 인상이다.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2021)에서 앤드류 가필드가 분한 토니 파커는 다른 무엇보다 MJ를 먼저 구했다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끝없이 절망했던 그였기에.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코믹스와 이전의 영화들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에서의 스파이더맨도 등장하지만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토니 파커는 그저 눈물 흘리는 이미지로만 등장할 뿐 마일스의 앞에 나타나진 않는데모두가 YES라 말할 때 NO라고 말할 용기를 갖게 될 마일스의 서사를 보며 대견해하고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어크로스더유니버스 #샤메익무어 #헤일리스테인펠드 #조아킴도스샌토스 #저스틴톰슨 #켐프파워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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