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ash, 2023
빛보다 빠르게 달리던 플래시/배리 앨런(에즈라 밀러)은 급기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꽤 긴 시간 동안 멀티버스가 아닌 시간여행을 다룬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불의의 사건으로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하게 된 배리는 과거에서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역시 당연하게도 과거에서의 작은 터치는 단지 미래에서의 변화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타임라인 전체가 뒤얽히게 되기도 함을 다룬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23)에서 각각의 유니버스를 거미줄로 그려내 그 안의 스파이더맨들을 보여줌으로써 이것을 설명해냈다면, <플래시>에서는 제멋대로 엉켜있는 스파게티면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타미 패러독스를 다루는 이야기에서 금기와도 같은 제1원칙은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와 마주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배리는 과거의 배리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가 시작하며 빛보다 빠른 배리의 달리는 동작이 어딘가 어색해보이고, 시민들과 호흡하는 면에서 어딘가 엉성하고 코믹한 면을 부각시켰듯,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액션과 코미디를 내세운 장르로서 유머러스함이 제1원칙이라면 <플래시>는 꽤 괜찮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2016)이나 <원더 우먼>(2017),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2020)들이 시종일관 팀플레이를 다루긴 했으나 장시간 활약하는 조연들이 그저 카메오 정도의 인상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이번엔 배트맨(벤 에플렉), 원더 우먼(갤 가돗),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 슈퍼걸(사샤 카예) 등의 인물들도 적재에 잘 활용된 인상이다. 다만 삶은 면 위에 냄비채로 대충 얹은 소스를 섞지도 않고 허겁지겁 먹는 배리의 모습처럼 뭔가 들어간 건 많은데 맛을 제대로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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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이 다시 배트맨이 된다는 걸 몰랐다면 안 봤을지도 모르지...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는 이미 퇴출된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는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그래야하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