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mental, 2023
다양성을 존중하는, 두 시간 내내 펼쳐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선함으로 가득 찬 서사는 국적도, 시대도, 어떠한 경계도 넘지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성장기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점에서 그 배경이나 캐릭터 설정이야 어쨌든 편리한 방식들을 취한 것처럼도 보인다. 서사에 모난 곳이 없고 굴곡 또한 없으니 남는 건 선함과 사랑에 대한 감정에의 호소다.
불, 물, 나무, 공기의 원소들을 의인화하여 그들이 함께 사는 ‘엘리멘탈 시티’를 구축했으나 그 다양성이 존중되는 배경에 대한 표현의 신선함은 적다. 기쁨, 슬픔, 분노, 소심 같은 감정도 의인화가 된 마당에 원소들이야 특별할 것이 있겠느냐만, <엘리멘탈>의 영리한 선택은 조화롭고 무난한 것 대신 소외되기 쉬운 것을 취했다는 점이다. <인사이드 아웃>(2015)이 어떤 감정과도 조화가 잘 되는, 심지어 그 자신이 주변 감정들의 색을 모두 담고 있는 기쁨이란 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엘리멘탈>에선 물을 증발시켜 버리고, 나무를 태우고, 공기마저 연소시켜 버리는 불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다른 세 원소들이 같은 지역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와중 자신들만의 구역에서 지내는 불, 심지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의 설정을 띄는데, 불꽃 소녀 엠버(레아 루이스)는 물처럼 유연한 웨이드(마무두 우티)와 극장에 갔다가 몸에서 발하는 불빛 때문에 몸을 움츠리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영화가 밀고 나아가는 지점이 딱 여기 까지라는 것인데, 사실 앞서 삽입돼 있는 단편 <칼스 데이트>에서 <업>(2009)의 프레데릭슨이 그의 개 더그와 지내며 이웃의 할머니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았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며,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고민하며 하얗게 센 머리를 검게 염색을 한다던가, 무리해서 무언가 해주려는 고민 대신 그저 당신이 당신이기에 사랑한다는 말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얘기했기에, 기름과 물이 섞일 수 없듯 물과 불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란 물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다고 사랑과 포용을 말하는 뚝심에 결국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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