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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ul 19. 2023

<바비>

Barbie, 2023

사실 그레타 거윅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바비>는 그가 감독으로서의 <레이디 버드>(2017), <작은 아씨들>(2019)이나배우로서의 <프란시스 하>(2012), <매기스 플랜>(2015), <우리의 20세기>(2016) 등의 영화들과 비슷한 말을 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지점에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모놀리스 장면을 오마주하며 바비 인형의 탄생비화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 나선 영화 <바비>는 그래서 왜 바비 인형을 취했는지에 대해 설득하지 못했다.


마텔의 창업자인 루스 핸들러와 엘리어트 핸들러 부부가 아들인 켄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은 많은데 딸인 바바라가 가지고 놀 장난감은 적다는 걸 깨닫고 여아들이 놀만한 장난감을 생각하던 도중 딸 바바라가 종이로 된 숙녀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것에서 착안해 바비와 그녀의 남자친구 켄의 이름은 아들딸의 이름을 따 붙여줬다고 한다또 1950년대 당시에는 인형이란 것이 모두 아이 형태로 되어있어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서도 보수적인 성역할을 주입받는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소비자들의 여러 의견을 수용하며 다양한 버전의 바비 인형이 출시되어 온 긴 역사를 단지 영화화한 것으로 느껴진다.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켄은 그냥 켄(She`s everything. He`s just Ken)."이라 적혀있는 포스터의 문구가 반영된 영화 속 바비랜드에선 오랜 세월 균형이 무너져있던 현실세계를 미러링한다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바비와 켄이 거꾸로 현실세계로 향했다가 그것이 전복됐을 때 다시 역-미러링을 하고 나선다미러링만큼 직접적이고 효과가 큰 방식도 없을 테지만차원을 넘나들며 그 미러링과 역-미러링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 그것이 해결되는 지점은 빈약했다켄이 현실에서 어설프게 가부장제를 배워와 바비랜드에 전파하니 무엇이든 될 수 있고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노벨상을 수상하고 대통령과 고위장관직에 있던 바비들은 켄들의 술심부름을 하고발을 닦아주고백치미를 드러내는 등 시중을 들고 나선다바비랜드의 태초이래 처음 있었던 반향이기에 면역력이 없었다고 한들그것이 단지 세뇌에 근거한 것이었는지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가 토해내듯 말하는 현실에 바비들이 각성하는 것이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진태(장동건)가 북한군에게 세뇌되어 혹은 동생을 잃은 충격에 정신을 잃어 뒤집혔던 눈이 돌아오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황스러웠다.


마고 로비를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파스텔톤의 키치한 세트와 경쾌한 리듬은 물론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의미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도 모두 좋지만그저 해변에 서있는 것이 직업인 켄들이 본인들에게도 직업을 달라고 하니 몇 명의 켄에게만 아래에서부터 시작할 것을 권하는 것에서 그치기엔 아직 그레타 거윅에게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I`m 'not' kenough”.


#바비 #마고로비 #라이언고슬링 #아메리카페레라 #그레타거윅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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