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Our Day, 2023
살랑이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풀잎처럼 휘청거리던 나는 나를 지탱하는 것조차 위태로웠고, 가까스로 침대에 몸을 뉘입니다. 나의 껍데기는 어떻습니까? 어떻게 이걸 벗어던지고 진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까? 습관들, 편견들, 이미지들, 두려움들. 짧지 않은 시간을 쏟았음에도 흔들리는 것은 그래서겠습니까? 진짜 일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남들이 써준 대로, 남들이 마련해 놓은 대로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언제 생길까요? 다 괜찮다. 순해. 흔들려도 믿는다. 수고했다. 라는 말에 유독 마음이 아린 건 힘들지언정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일까요?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어보겠습니다.
당최 그 “진짜 사랑”이란 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삶이란 무엇이며, 산다는 건 무엇이며, 사랑이란 건 무엇입니까? 당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진짜를 찾아 나서고, 진짜가 내 앞에 나타났을 때 꽉 쥐고 놓지 않을 것 아닙니까. 왜? 라는 물음에 애써 매달리지 않아도 시간은 가고 하루는 굴러가더군요. 내가 하는 행동들에 이유란 걸 붙여보지만 이유와는 상관없더군요.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알아듣게 되는 순간이 제 삶에도 몇 있었으나, 아직 겪어보지 못해 불안한 것들에선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내 앞에 주어진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겠습니다.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어보겠습니다.
속이 아릴 것 같지만 그래도 그것마저 찰나의 것이겠죠? 나를 흔드는 바람도 금방 지나갈 것이고, 잃어버린 것도 금방 다시 찾게 될 것이며, 몇 번 쓰러진다 한들 금방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겠죠? 제가 이걸 다 해보고,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비겁하지 않게, 솔직하게 나를 지탱할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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