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승 Oct 28. 202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2023

모든 왜가리는 거짓말쟁이라고 그랬어이 말은 진실일까거짓일까?”

그 거짓은 진실이야.”


모순으로 둘러싸인 채혹은 스스로를 칭칭 둘러맨 채 살아가는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내가 지금 하려는 말이 거짓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한다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간 마히토(산토키 소마)는 시기를 받아서인지 전학 첫날 시골 아이들과 싸움을 한다싸운 아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인지그런 학교에 가기 싫어서인지 마히토는 스스로 돌멩이를 주워 자신의 머리를 내려친다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엔 그런 현실에서 도망치고픈 상황이 있고번화가에서 소피의 손을 붙잡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하울이라는 존재처럼 마법 같은 순간이나 장소가 있다. <이웃집 토토로>(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같은 영화들이 대놓고 제목에서 표현하는 것도 그러한데마히토는 스스로의 행위로 얼굴이 피범벅이 되기도 했지만후반부 다른 세계에서 빠알간 딸기잼 범벅이 되기도 한다어머니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 불이 나 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현실과 반대로불로써 악의 기운을 떨쳐내고치유하기도 한다.


시간을 다루는 마술인 영화는 끝이 나게 마련이고그래서 저들이 모두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것을 관객은 안다고양이버스를 타고 다니던 사츠키와 메이도 그랬고제 이름을 기억한 치히로는 하쿠와 그러했고마히토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피가 잼으로 바뀌긴 했으나애초에 머리에 난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어떻게 살 것이냐 묻는 건 이 지점에서였다이미 흉터는 났는데그걸 어떻게 지니고 살아낼 것인가였다그래서인지 영화는 계속해서 마히토의 오른쪽에서 그 흉터를 보여준다초반부에 상처가 나고피를 흘렸음을 보여주고 더 이상 노출시키지 않았으면 잊어버렸을 수도 있었겠으나계속해서 보여주는 바람에 잊을 수가 없다.


전쟁통에 먹고사는 것이 걱정거리가 되고그 때문에 서로 싸워야 하는 세상미야자키 하야오는 전쟁의 비극과 그로 인한 미래 세대들과 자연에 대한 걱정을 계속해서 말해왔었다아마 그 자신을 표현했을 것으로 보이는 큰할아버지(히노 쇼헤이)는 홀로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책임을 맡아왔고이제 그것을 마히토에게 넘기려 하는데 유지와 더불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보인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과 악이 공존하는 혼란한 현실로 돌아가려는 마히토의 앞에서 그는 저 먼 우주로 홀로 퇴장하려 한다그의 속내를 모르긴 몰라도 마히토와 단둘이 대화를 나눴던 처음과 달리엄마의 어린 시절 모습인 히미(아이묭)와 친구 아오사기(스다 마사키)가 그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지금은 불을 힘으로 다루는 히미이지만 훗날 그 불에 휩싸여 죽게되더라도 마히토를 낳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기꺼이 현실세계로 가겠다는 히미가 있기에, 온 마을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로를 구했던 톰보와 키키가 있기에, 자유의 몸이 됐음에도 소피와 하울과 함께하려는 캘시퍼가 있기에.


큰할아버지는미야자키 하야오는 퇴장했지만 때로 악의에 물들지 않게혹은 더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갈 힘이 될 작은 부적 같은 것들을 남겨두었다. 이따금씩 주머니에서 꺼내보일 수 있는 이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구원자이자 선지자였던 나우시카가 떠오르는 밤이다.


#그대들은어떻게살것인가 #산토키소마 #스다마사키 #아이묭 #히뇨쇼헤이 #미야자키하야오 #영화

작가의 이전글 <우리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