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ter, 2023
인생을 달리기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보통 그 달리기란 거리나 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은 달리기라는 단어가 지닌 그 자체로의 표현이거나, 마라톤처럼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점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100m 단거리 전력질주를 소재로 삼았다.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 내어 내달리는 스프린터는 10초 내외의 찰나의 순간일 것인데 그것을 장편으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달리기를 다룬 영화 중 쉽게 떠오르는 것은 <말아톤>(2005)이다. 목표로 하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와 그것을 조력하는 주변 인물들 간의 이야기. 하지만 <스프린터>엔 한 날 한 시에 같은 트랙 위에 선 세 명의 선수가 주인공이다. 10대인 고등학생 선수,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 20대 선수, 소속 없이 홀로 훈련에 임하는 30대 선수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밝게 빛났던 순간이 있었고, 이제는 그 뒤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고, 명과 암이 다 존재하는 법이다. 다시 찬란했던 시기를 맞이하기 위해 세 선수는 각자의 위치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
“육상해서 뭐 하냐? 마지막에 결국 울면서 끝난다니까? 그때 진짜 허무해.”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일엔 끝이 있는 법.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 눈물이 나는 건, 정말 열심이었기 때문이 가능한 일이 아닐까. 허무할 것이다. 이런 끝을 맞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달려왔던가 하고. 하지만, 무엇이라도 그렇게 최선을 다해보지 않으면 다른 무엇도 열심히 하지 못할 것이다. 선수에겐 코치가 있듯, 함께 열심히 달려준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어주고, 때론 누군가 내게 건넨 손을 잡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을 표현한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고, 담백한 게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잘 엮은 감독의 기량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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