Àma Gloria, 2024
프랑스 파리에 사는 여섯 살 난 클레오(루이스 모루아-팡자니)가 안경을 맞추기 위해 시력검사를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유모 글로리아(일사 모레노 제고)가 힌트를 준다. 정확한 시력 측정과 교정을 위해선 글로리아의 행위가 옳은 건 아니겠지만, 어린 클레오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엔, 클레오의 세계엔 이미 글로리아의 영향이 지대할 것이다. 한글로 번역된 제목이 말하듯 영화는 어린 클레오의 시선을 좇는다. 모종의 사건 탓에 글로리아가 클레오를 돌보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둘은 오래간 떨어져 지내게 되는데, 클레오가 방학을 맞아 글로리아가 살고 있는 카보베르데라는 아프리카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며 재회하게 된다.
어린 클레오가 이해하기엔, 또 그런 클레오에게 어른들이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한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클레오가 보기엔 글로리아의 아들이라는 세자르(프레디 고메스 타바레스)가 왜 이렇게 반항적이며 글로리아를 엄마로서 부정하는지, 딸인 페르난다(압나라 고메스 발레라)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글로리아에게 아기를 맡기고 놀러만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클레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클레오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묘사할 수 없는 지점에 부딪힐 때 영화는 아마도 클레오의 내면에서 펼쳐질 것 같은 현상을 그림으로써 표현한다. 이미 어른인 연출자나 관객의 눈엔 보이는 것을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하고 있다’하여 표현하지 않는 대신, 보드라운 담요로 아이를 보듬어 안는 듯한 터치로 그려낸 것이 자상하게 느껴진다.
이미 클레오보단 몇 곱절을 더 살았을 글로리아의 방에 친구, 가족, 자식 등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신기해요. 난 글로리아랑 함께 한 추억밖에 없는데.”라 말하던 클레오는 글로리아가 늘 자신에게 불러주던 자장가를 페르난다의 아기에게 불러주는 것을 보고 질투한다.
“저건 내 노래예요.”
“클레오, 노래는 모두의 것이야.”
어느새 관객인 내가 글로리아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즈음, 클레오의 방학이 끝나고 둘의 만남에도 끝이 다가온다. 클레오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서 글로리아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발버둥 친다.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었을 것이다. 내내 클레오의 시점으로 전개되던 영화가, 글로리아가 클레오를 공항에 바래다준 이후 시점에 글로리아에게로 옮겨 간다. 클레오는 아마 평생 알 수 없을지도 모를 글로리아의 눈물을 담는다. 클레오는 글로리아와 함께 맞춘 안경을 쓰고 세계를 구축했다가, 글로리아 때문에 스스로 그 안경을 벗어던지기도 한다. 단지 안경을 벗는다고 해서,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다고 해서 클레오의 세계에서 글로리아가 영원히 빠져나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클레오는 언젠가 만나게 될 아기에게 글로리아가 자신에게 불러줬던 노래를 불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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