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Giant, 2023
어제에 지쳤더라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영화였다. 영화 속 표현을 빌려 대중들이 재즈를 많이 듣지 않는 “빈사” 상태인 재즈에 대해, 음악에 대해 깊게 파고들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다. 120분의 러닝타임 동안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튕기고 고개를 까딱거리게 만드는 음악이 가득 차있고, 그것을 연주하는 장면들 역시 역동적이다. 그림의 표현이 굉장히 세련되거나, 이야기가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주제를 힘 있게 밀고 나아간다.
<블루 자이언트>는 색소폰을 부는 미야모토 다이, 피아노를 치는 사와베 유키노리, 드럼을 치는 타마다 슌지가 모여 재즈 밴드 “JASS”를 결성해 연주자로서의 꿈을 키우고 일본 최고의, 세계 제일의 연주자로 발돋움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출신과 성격은 물론이거니와 악기를 다루는 실력도 제각각이던 친구들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물이 갈쌍인다. <썸머 필름을 타고!>(2020) 같이 함께 땀 흘리며 성장하는 십 대들의 이야기는 기시감이 들지만 순수하게 자신이 꿈꾸는 바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100년이 더 흐른다 해도 먼지 쌓이지 않을 것이다.
영화가 재즈를 다루는 방식이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는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하루도 연습을 쉬지 않았던 미야모토가 색소폰을 그렇게 열심히 부는 것이 어떤 스포츠를 다룬 소년만화처럼 느껴지며 나도 모르는 사이 재즈에 빠져들게끔 한다. 4살 때부터 오직 피아노만 쳐왔던 유키노리의 시련이나, 이제 막 드럼을 치기 시작한 타마다의 이야기가 한데 잘 어우러진다. 이미지가 다소 과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분명히 있으나, 예쁘게 모두 정해진 크기로 잘 잘려진 장작이나, 아무렇게나 도끼질해서 꺾은 나무나 뜨겁게 타오르는 불은 매한가지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 같은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에게 은은히 퍼져나가는 온기를 느끼고 있노라면, 어떤 이는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어 주먹을 쥘 것이고, 어떤 이는 마음속 한편에 먼지 쌓여가던 꿈을 다시 한번 들어 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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