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rcism Chronicles: The Beginning, 2025
<접속>(1997)의 은희와 <생활의 발견>(2002)에서 선영을 연기한 추상미의 첫인상은 충격적이었다. 아직 어렸지만 나는 그 시절 김태희나 고소영, 김희선 대신 추상미를 가장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의 두 필모 사이 오늘 본 실사버전의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퇴마록>(1998)이다. 그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퇴마록>은 해동밀교의 교주가 어둠의 힘에 눈이 멀어 금기에 손을 대게 되고, 교단에서 파문당한 신부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호법(護法; 불법을 수호하는 자)이 찾아와 함께 교주를 막자고 제안한다. 이미 불교와 기독교가 합쳐진 데에 더불어 ‘태극기공’이란 무공을 익힌 현암의 등장으로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오컬트 장르물이다.
원작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더라도 시리즈(영문판 부제에 The Beginning이라 쓰여있고, 영화에서도 후속작을 암시하는 결말을 맞았다)를 보는 데에 무리 없는 서사 구축이 있었고, 어쨌든 악마를 물리친다는 설정 속 그 단계들이 주인공이 어딘가로 여정을 떠나고, 어떤 인물을 만나고, 모종의 사건을 겪고 등을 모두 주인공과 악마가 주먹을 맞대는 액션으로 전달해 짧은 러닝타임에도 몰입감이 있다.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 애니메이션 자체에 힘을 준 것이 많이 느껴졌다. 물론 2025년에 보기에 그리 대단하다거나 신선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특히 기술의 한계 때문인지, 예산의 한계 때문인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3D로 서사를 전개시키다가 특정 액션에서 2D로 전환되는 부분에서 조금 허전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다음 시리즈가 궁금해질 정도의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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