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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2>

Zootopia 2, 2025

by 박종승

“Well, we’ve been official partners for one week, Happy anniversary!”


2016년의 1편 이후 9년이 지나 공개된 2편이지만, 영화 속 시간은 주디와 홉스가 파트너가 된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난 시점을 다룬다. 체격이 제각각인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지내는 ‘주토피아’는 그 이름에 이상향이라는 뜻의 utopia가 들어있지만, 단어의 뜻 그대로 다양한 이들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게 지금이 아닌 이상으로서 자리하고 있었다. 열차에 크기가 다른 세 개의 문이 있고, 주디가 처음 주토피아에 입성했을 때의 그 충격과는 달리, 작은 체구 탓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 속에 코뿔소, 하마 등 힘이 센 동물들로부터 가서 당근 농사나 지으라는 핀잔을 들었던 주디였다.


“and we are functioning fine.”


현실에서 더 이상 이상을 찾을 필요가 없어지면 <주토피아> 같은 영화는 나오지 않게 될까? 잘 다져놓은 전편의 기반 위에 속편 역시 새로운 주제도 잘 다루고 있으나, 어쩐지 나에게 속편은 조금 더 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다가온다. 현실의 우리야 9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영화 속 주디와 홉스는 이제 겨우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를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했을지라도 이제야 눈에 보이는 서로의 다른 면들이 있을 테고, 그것에 대처하는 태도 역시 다를 것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사건을 해결하기 급급해서, 또 그렇게 해서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당장 옆에 있는 이의 손길 속에 담긴 따스함을 느낄 새도 없이 달리기만 바빴던 주디의 모습. 주디와 홉스는 파트너지만 항상 운전대는 주디가 잡았었다. 홉스가 운전을 잘하지 못해서 서로 잘하는 것을 맡아 역할분담이 잘 이뤄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래서는 아니었다. 주디가 운전대를 잡았을 때, 타의에 의해 잡지 못했을 때의 씬들을 구분하면 분명 다르다. 하지만 마지막엔 홉스에게 운전대를 맡긴다. 내 인생을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고 써 내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반자에 의해 쓰여지는 내 삶의 의미도 중요한 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속도에 미치지 못해 기다리는 것이,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말이다.


평생을 홀로 살았던 이가 유일하게 한 명을 자신의 무리로 여기게 되는 것, 확고한 자신의 무리가 있었던 이가 너무도 다른 한 명을 자신의 무리로 들이는 것. 전편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조금 더 와닿았다.


#주토피아2 #제니퍼굿윈 #제이슨베이트먼 #자레드부시 #바이론하워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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