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kKlansman, 2018
1970년대 초,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첫 흑인 경찰이 된 론 스톨워스(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백인 우월주의, 반유대주의 극우 집단인 KKK에 잠입하기로 한다. 어찌 전화로는 접근을 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흑인인 자신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기에 대신 동료 백인 경찰인 플립 짐머맨(아담 드라이버)에게 대신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일차원적인 연기도 쉽지 않을 터인데 플립이 론처럼 연기하며 타겟들을 속여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블랙클랜스맨>은 그 지점만으로도 흥미로운 영화다.
다시, 플립은 백인이면서 백인인 체하며 KKK에 접근한 론을 연기하며,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 역시 속여야 한다. 일차원적인 연기도 쉽지 않을 터인데 플립이 해내야 하는 연기는 이중, 삼중의 어려운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부분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엠마 왓슨)가 폴리주스 마법약을 먹고 벨라트릭스 래스트랭(헬레나 본햄카터)으로 변신해 마법부에 잠입하는 장면이 있다. 헬레나 본햄카터는 이 장면에서 1)벨라트릭스의 외모로 분장을 하고서는 2)헤르미온느 역을 하는 엠마 왓슨이 3)흉내 내는 벨라트릭스를 연기하는 4)자신을 연기한 셈이다. 근데 나는 수 십 번도 넘게 본 이 장면에서 지금도 눈앞의 배우가 헬레나 본햄카터라는 것을 망각하고 엠마 왓슨의 헤르미온느가 보인다. 굉장한 연기다. 어떤 캐릭터가 무엇인가로 위장해 어딘가에 잠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서스펜스를 형성하는데, <블랙클랜스맨>은 이것을 단지 위장으로, 단지 잠입으로만 다루는 것 같진 않다.
플립은 사실 유대인이었다. KKK가 혐오하는 것은 유색인종만이 아니었다. 플립은 백인이었지만 유대인이라는 사실 역시 숨겨야만 한다. 모종의 사건 이후 론은 플립에게 “그놈 증오를 들었을 때 열받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상관없는 것처럼 행동해요?”라고 묻는다. 플립이 “그건 내 일이야.”라고 하니 론은 답한다. “우리 일이죠.” <블랙클랜스맨>은 단지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만을 말하지 않는다. 영화 전반에 있는 혐오는 다 나열하기 힘들 만큼 다양하다. 이중, 삼중으로 위장하며 서로의 위치로 오가는 방식은 단지 변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 직접 들어가는 것처럼,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 영화에서 이렇게 쓰인 장치는 또 있다. 바로 교차편집인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국가의 탄생>(1915)의 장면들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다. 이것이 극대화되는 장면은 KKK가 새로운 단원들을 맞는 세례식과 이어 <국가의 탄생>을 단체로 볼 때, 흑인 인권 운동가들이 모여 한 노인의 어렸을 적 자신의 친구가 백인들에게 고문당한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교차되는데, 이때 론은 한 창문 너머로 두 장면을 모두 보는 것 같은 모습을 취한다. 높은 곳에 위치한 창문 때문인지 영사실에서 극장 안을 바라보는 것 같은 장면을 취하는데, 분명 론은 한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연이어 교차되는 장면 탓에 두 장소에 모두 위치하며 보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한쪽에선 흑인을 야유하며 그에 대한 학살 장면을 보며 환호하는 이들이, 한쪽에선 과거 실제로 있었던 학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분노하기도 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가 끝날 시간이 됐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전 이제는 다른 영화가 아닌 실제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있었던 극우단체의 다큐멘터리를 담으며, 그저 영화가 아닌, 더 이상 변장이 아닌 현실 그 자체로 객석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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