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p de Chance, 2025
‘뜻밖의 행운’이라는 뜻을 지닌 원제(Coup de Chance)를 두고 굳이 <럭키 데이 인 파리>라는 한국어 제목을 단 건 국내에서 흥행했던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이나 <로마 위드 러브>(2012),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9)의 연장선에 놓으려는 국내 배급사의 노력이겠지만, 그것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는 인상이다. 아니 나는 개인적으로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인 알랭(닐스 슈나이더)과 파니(루 드 라주)가 우연히 마주치며, 우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운명으로 만들어가려는 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그것에 장애가 되는 것들도 물론 있는 이야기, 사실 그다지 새로운 건 없지만 90세의 우디 앨런 감독의 50번째 작품임에도 경쾌한 리듬을 지닌 유쾌한 영화였다.
“우리가 태어나는 확률은 40 경분의 1 이래. 태어나 존재하는 게 기적이라고. 그러니 그 기적을 허비하지마.”
영화는 멜빌 푸포가 등장해서는 아니지만 에릭 로메르의 <여름 이야기>(1996)처럼 시작하더니, <클레르의 무릎>(1970)처럼 욕망을 다루기도 하다가, <비행사의 아내>(1980)처럼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의심이 점차 집착으로 커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따금씩 광각렌즈로, 핸드헬드로 찍은 장면들은 관객인 내가 스크린 속에 들어가 영화 속 인물들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한다.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1987)의 색감을 따온 듯한 의상까지. <애니 홀>(1977)부터 그랬지만 참 수다스러운 우디 앨런의 영화는 영화를 본다기보다 함께 수다를 떠는 인상이 강하다. 그다지 새로울 건 없고 익숙한 것들 뿐인데도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편안했다. 휴일을 맞아 청소를 할 때 틀어놔도 좋겠다는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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