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하트>

HUNGRY HEARTS, 2014

by 박종승

국내 버전 포스터를 디자인한 이가 너무 원망스럽다. 나는 달달한 멜로물일 줄 알았다. 혹은 <레인 오버 미>(2007)처럼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줄 알았다. 오프닝 동안은 계속 웃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미나(알바 로르와처)는 현대의학을 거부한다. 건강과 치료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다 미량이나마 독이 된 다는 것인데, 그래서 자신이 옥상에서 직접 기른 채소만 먹이며, 병균에 감염될까 봐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일주일 간 열이 내리지 않자 남편 주드(아담 드라이버)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자고 말하지만 미나는 대체의학을 공부할 뿐이다. <헝그리 하트>, 섣불리 ‘결핍’이라는 말을 쓰기엔 애매한 상황이다. 애초에 미나와 주드는 서로를 확실히 확인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담긴 그들의 모습은 단지 미나가 주드의 냄새(?)를 확인했을 뿐이다. 의견이 대립할 때 서로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몰랐다. 주드가 홧김에 언성을 높일지도 몰랐고, 미나가 귀를 막고 입을 닫을지도 몰랐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를 따지는 영화는 아니다. 그들의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에 악의는 전혀 없지만,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관계에 애초에 사랑이 차지한 자리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애초에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 마음이 채워질 수 없는 관계.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다 깨우칠 수도 없다. 자신이 부족할 수 있고, 틀렸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대화를 하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면, 사랑이니 결혼이니 그 무엇도 말할 수 없을 것. 홈비디오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촬영이 좋았고, 그 안에 담긴 배우들의 연기가, 그 몸짓이 쉬이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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