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hout Film About Love, 1988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사실대로 말하자면 당신을 쭉 지켜봤어요. 당신 어제 울었잖아요.
말해 봐. 왜 나를 훔쳐봤지? 그래서 뭘 원하는데? 사랑? 세상에 그런 건 없어. 네가 아직 사랑이란 걸 해보지 못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날 사랑하는 거 말곤 어떤 일을 하니?
사랑이란 게 무엇일까요? 사랑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의 하루는 당신에게 모두 맞춰져 있어요. 당신이 빵을 먹으면 나도 빵을 먹고, 당신이 퇴근하고 집에 온 시간에 저도 자리에 앉아요. 온 하루를 당신을 마주치게 될 순간만을 기다리며 보내요. 이게 사랑이 맞는 거겠죠? 사랑해요. 나는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더 이상 무엇도 바라지 않아요. 사람들은 왜 울까요? 어떤 이유로든 혼자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곁에서 누군가 도와줄 수 있잖아요? 사랑해요. 물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입을 맞추고 싶고, 같이 잠자리에 들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먼발치에서나마 당신을 바라보는 것에 족해요. 이따금씩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당신이 우유를 원하면 새벽에 일어나 배달을 해주고, 당신 방의 시계가 고장 났다면 태엽을 챙겨줄게요. 당신을 왜 사랑하냐고요? 왜라니요?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세요. 꽃한테 왜 피었느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세요. 나는 마치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늘 반복되는 건 아니더라. 무엇인가 영영 모르는 채로 지나가기도 하며, 엎질러진 우유처럼 다시 담을 수 없게 된 다음에야 알게 되기도 하지만, 나는 네가 날 항상 보듬어주고 있음을 알았어. 사랑에 있어서는 그것이 가짜라는 징표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사랑을 아는 사람 말고는 어느 누구도 타인의 사랑을 알 수 없겠지. 또, 자신의 사랑을 믿는 한도 내에서만 타인의 사랑도 믿게 되는 것이겠지.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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