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Factory, 2019
자신의 연기에 믿음이 없는, 트라우마를 지닌 유라(권나라)가 사람 대신 연기하는 로봇이 발명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장면이 있었다. 이념을 막론하고 생산성이나 효율을 높이려면, 불량품을 줄이려면 인간보다 오차가 적은, 보다 세밀한 로봇을 이용하면 되는가? 생산과 효율에 있어 로봇만이 해답인가? 그렇다면, 노동을 포함해 어디까지가 인간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로봇의 영역인가? 인간이 로봇을 사용하는 것인가, 인간이 로봇을 보조하는 것인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참으로 무서운 현실을 담고 있다.
2014년 중국의 유리 생산업체 ‘푸야오’는 2008년 불경기로 문을 닫은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한다. 푸야오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에 오게 됐는지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서, 미국 땅에 상륙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GM의 이름을 건 공장이 문을 닫고 실직자가 1천여 명 이상 발생하며 지역의 경기가 침체됐을 때 푸야오의 등장은 반가웠을 것이다. 푸야오는 GM을 인수하면서 중국 현지의 숙련공들을 데려왔지만, 미국에 위치한 공장이니 공장 이름에도 ‘아메리카’를 삽입하고, 그들을 책임질 사장도 미국인을 선임한다. 문제랄 것이 없을 줄 알았다.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에서 설립되고 성장한 푸야오의 업무 문화와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 하 GM의 업무 문화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었다. GM의 실직자에서 푸야오에 다시 고용된 미국인들은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됐지만, GM 시절보다 절반밖에 되지 않는 급여를 받으면서, 회사가 원하는 효율과 생산성을 맞추기 위해 잔업은 물론 휴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점점 지쳐만 간다. 그들은 전에 주 5일 8시간 3교대근무였다면, 중국의 푸야오 본사는 일 12시간 2교대로 휴일도 월 1~2회 정도였다. 고용된 입장으로서 따라야만 하는 미국인 노동자 중엔 점점 지치고 불만을 갖게 된 이들이 있었으며, 그런 환경에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국인 노동자들에게서 어떤 위화감 같은 것을 느낀다. 반대로 중국인 노동자 중엔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따라오지 못하는 미국인 노동자들을 보며 한심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한 다양한 갈등을 다루다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이는 노조 설립 문제로 화제를 전환한다. 노조가 생기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회사는 적자를 볼 것이라며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푸야오의 회장 차오를 보여주면서, 이때부터는 자본과 노동의 문제를 보여준다.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프롤레타리아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만든다. 노동자가 상식적인 수준의 대우를 바랄 때, 사측은 이익의 증진을 추구한다. 고용할 때 비용을 지불하면 불만 없이 일할 로봇으로 그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점차 기계화되고 있는 공장을 둘러보는 차오 회장을 보여주며, 향후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3억 7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기계화로 인해 실직할 것이라고 말한다.
던지는 질문에는 깊이 있게 생각하겠으나, 미국인의 시선으로 찍은 미국인의 관점과 의도가 느껴져서 이게 다큐인가 드라마인가 싶다가도, 중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도 충분히 있었기에 타협하기로 한다. 국가를, 체제를 막론하고 중요한 화두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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