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Jojo Rabbit, 2019

by 박종승

예쁘다. 안전한 선택들이면서도 재기 발랄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다기에 <양철북>을 원작으로 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은 <양철북>이 아닌 크리스틴 루넨스의 소설 <Caging Skies>가 원작이라고 하지만, 닮은 구석이 참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독일 소년단에 들어가 훈련을 받지만, 겁이 많아 ‘겁쟁이 토끼 조조’라 놀림받아 훈련장에서 이탈한다. 어린 조조는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 아돌프(타이카 와이티티)와 대화를 하며 사기를 충전해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가지만, 정도가 지나쳐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만다. 다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훈련에서 빠지고, 학교에도 가지 않는 조조는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가 집을 비운 사이 골방에 숨어있던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한다. 있어선 안 될 인물을 발견한 어린 조조의 좌충우돌 이야기.


조조의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아돌프처럼, “유대인 여왕은 어디서 알을 낳느냐”라던가, “네 머리엔 왜 뿔이 없냐?”는 등, 유대인을 폄하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들이 선전되고, 또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조조에게 엄마 로지는 그건 차별적 언사라며 꾸짖지 아니하고, 엘사는 조조네 집에 기생할지언정 조조를 혐오하지 않는다. 그들은 “차별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대신, 상대방을 안아주는 것에 대해 알려준다. 그런 로지와 엘사의 영향으로 조조는 유대인을 악으로, 천한 것으로 배척하다가 점차 그 울타리를 허물게 된다.

세계대전이 끝난 지 오래지만, 어떤 기준으로 상대방을 배척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모습은 요즈음과도 전혀 다르지 없다. 그것에 대해 말하는 스칼렛 요한슨은 <결혼 이야기>(2019)에서도 놀라웠지만 정말 멋있었다. 극 중 그의 대사처럼, 멋있어 보이는 병에 걸려서 어떤 모습이라도 멋있었다. <아이언맨 2>(2010)나 <어벤져스>(2012)에서부터였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헐크를 맨손으로 달래주는 나타샤의 모습, 조조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할 때 그것을 달래주는 로지의 모습에선 웃음이 나다가 이내 울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 <결혼 이야기>가 아니기에 도대체 <조조 래빗>에선 ‘어떤 연기를 펼쳤길래?‘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영화를 보고 난 후엔 그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확신하기로 했다. 그 멋짐에 카리스마가 폭발할 모습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블랙 위도우>가 너무나 기대된다.


아돌프. 그 콧수염부터 누가 봐도 아돌프 히틀러를 연기한 타이카 와이티티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감독이 이렇게 연기를 잘해버리면 연기자들 기죽어서 어쩐다? <토르: 라그나로크>(2017)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그 재치와 리듬감은 여전했다. 한 장면에서 열 명쯤 되는 이들이 ‘하일 히틀러’를 3~40번쯤 반복해서 말해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있노라면 어느새 뭉클한 무엇이 안에서 인다. 토끼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유대인을 차별하고, 전쟁을 치르는 것과 토끼를 풀어주고, 친구를 만나면 언제나 달려가 안아주고,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아주 단순하게 대조가 되지만 그 단순함에서 이는 감동의 파장은 컸다.


조조는 학교에서 배운, 아니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나치즘에서, 엘사를 위해 네이선이라는 허구의 인물에 대입해 책을 읽고 편지를 쓰더니, 엘사와 함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왔다. 조조와 엘사는 그 골방에서부터 몇 개의 문을 통과했던가. 내 나이 열여섯에 첫사랑에게 고백하기 위해 읽었던, 일기장에 적혀있는 릴케의 시들 중 하나.


내가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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