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ie Conforme, Certified Copy, 2010
과연 우리는 좋고 싫음을 구분하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함에 있어 얼마나 능한가? “싫은 게 아니라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였어. 납득이 잘 안 됐거든.”이라는 엘르(줄리엣 비노쉬)의 대사처럼, 세상만사를 꼭 흑과 백으로 이분해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영역의 것도 있지만, 그러나 해야 할 때에도 그것을 잘 해내지 못하곤 한다. 이란의 저명한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쉬린>(2008)에 출연하며 친분을 쌓은 줄리엣 비노쉬는 감독과 한참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감독이 지금까지의 말이 진실인 것 같냐고, 사실은 전부 거짓이었다고 말하는 대화에서 <사랑을 카피하다>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렇게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투스카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미 <비포 선라이즈>(1995)의 설렘은 다 휘발된 <비포 미드나잇>(2013) 쯤 되는 무미건조한 이미지들의 나열 속에 잉글랜드 출신의 작가 제임스 밀러(윌리엄 쉬멜)와 프랑스 출신의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엘르(줄리엣 비노쉬)의 쉴 틈 없이 오가는 빼곡한 대사로 채워져 있다.
제임스가 쓴 <기막힌 복제품>이란 책이 타국 이탈리아에서 인기를 모아 투스카니에서 강연을 열게 된다. 엘르(줄리엣 비노쉬)는 강연에 참석했다가 주최 측의 지인을 통해 그와 만나게 된다. 처음엔 한 작가와 팬이 하루 일대일 팬미팅을 하는가 싶었다. 엘르의 제안으로 투스카니 지방을 돌아다니던 둘은 그들의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에 이견을 보인다. <사랑을 카피하다>라는 제목의 이유를 찾기 위해 이렇듯 다른 둘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까 싶었던 찰나, 감독은 무엇인가 복제copy하기 시작한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곳에서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제임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카페 주인장이 “그냥 보면 안다.”며 “좋은 남편 같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엘르는 이에 부정하지 않는다. 원래 남편이었는지, 아니라고 변명하기 귀찮았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때부터 둘은 부부처럼 보인다. 아니, 진짜 부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만 보여준다. 영화에는 엘르와 제임스 커플 말고도, 이제 막 결혼을 한 젊은 부부, 나들이를 온 노년 부부가 등장한다. 엘르는 젊은 부부를 보며 남편 제임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하지 않던 커다란 귀걸이도 하고, 빨간 립스틱도 바른다. 아닌 게 아니라 둘의 결혼 15주년이었던 것이다.
거울을 보며 치장을 하는 엘르는 원래의 모습을 두고 더 예쁜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 있고, 혹은 제임스가 반했던 젊은 모습의 복제품을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15주년인데 분위기 좀 내면 안 되냐며 다그치는 엘르와, 그럴 기분이 아니라며 응수하던 제임스는 아까 만났던 노부부처럼 어깨를 내어주고, 거기에 기댄다. 숨이 꽉 막히고 답답해서 구두도, 브라도 벗은 엘르에게 제임스는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리곤 15년 전, 첫날밤을 보냈던 호텔로 들어가, 당시의 체취까지 기억한다는 엘르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제임스의 대비되는 모습. 제임스가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다시, 복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엘르와 제임스가 실제 부부인지 아닌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작가와 팬의 일일 데이트가 끝난 것인지, 제임스가 잊고 있던 무엇인가가 기억이 난 것인지, 다른 무엇의 또 다른 복제인지 알 수 없다.
극 중 엘르와 제임스의 모습이 다소 전형적인 여성과 남성의 모습인 게 너무 평이하게 느껴졌지만, 진짜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진짜 같은 가짜에 대해 말하는 바는 너무 좋다. 발견된 18세기부터 진품처럼 귀한 대접을 받다가 겨우 50년 전에야 위작임이 밝혀진 ‘폴림니아 뮤즈’를 두고, 위작이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그림의 작품성을 인정한 박물관의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 모나리자를 보더라도, 그 미소는 다빈치가 재생산해낸 가짜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로 인정받는다. 복제가 이루어지는 장면들을 찾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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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비노쉬 너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