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색: 화이트>

Three Colors: White, 1994

by 박종승

폴란드 출생의 미용사 카롤(즈비그니에프 자마호브스키)은 프랑스인 아내 도미니크(줄리 델피)에게 이혼 소송을 당한다. 사유는, 결혼 후 단 한 번도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욕구의 충족은 중요한 것일 테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이 정도의 문제가 아닌,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해서임을 알게 된다. 카롤은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으며, 아내 도미니크에게 여전히 뜨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화면 너머의 나조차 줄리 델피의 예쁜 모습에 매료되고, 카롤 역시 그랬겠으나, 카롤의 성기는 발기하지 못한다. 그리곤 같이 “폴란드로 가자”고 한다. 카롤은 이혼 소송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미니크에게 양도하게 되고, 거짓 죽음을 맞는다. 카롤은 도미니크에 대한 감정을 유지한 채, 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부를 쌓는다. 카롤의 죽음이 진실인 줄 알았던 도미니크는 카롤의 거짓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고 호텔에 돌아오지만, 몰래 방에 숨어들었던 카롤을 보고 당황한다. 지금보다 부족했던 자신의 모습에 자존감이 낮아 사랑하면서도 발기하지 못했던 것인가. 그 짧았던 전희마저 도미니크가 위에서 주도하던 것과는 달리, 먼저 주도하는 카를이었다. “무릎에 누워도 돼?”라고 허락을 요하는 모습에선 과거의 그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말이다.


카롤은 자신을 버렸던 도미니크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을 꾸몄던 것이다. 유산을 남겨주겠다고 자신에게 더 유리한 폴란드로 불러서는, 도미니크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말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가진 것도 없었던 도미니크는 카를의 계략임을 알게 되고 체념한다. 사랑함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야 했던 것에 대한 복수를 한 것일까? 평등이란 게 이런 식의 평등을 말하는 것이었나?


인간은 모두가 다르다. 겉모습은 물론이거니와 신장, 체중, 골격, 체지방 등 지구 상에 나와 똑같은 이가 존재할까? 모두가 다른 이들이 완벽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선 서로가 일정한 수준으로 함께 올라갈 수는 없는 것일까? 공약수를 찾아 아래로, 더 아래로 끌어내려야만 하는 것일까. 도미니크가 상징하는 프랑스와 카롤이 상징하는 폴란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폴란드에 비해 강국이었던 프랑스, 프랑스만큼 힘을 키워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하는 폴란드. 완벽히 동등한 위치에서 하나 된 마음으로 평등을 말할 수 있을까?


전작 <블루>에서, 남편의 내연녀가 변호사였기에 만나러 가겠다며 들른 법원이 카롤과 도미니크의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곳이었다. <블루>에서 카메오로 등장한 줄리 델피와 즈비그니브 자마코브스키, 그리고 이번 <화이트>에선 비슷한 장면으로 줄리엣 비노쉬가 카메오로 등장한다. 이때 카롤은, 자신이 폴란드인이라서 이런 차별을 받는 거냐며 재판장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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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들은 곡, 스텔라장의 <일산화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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