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데이 인 뉴욕>

A Rainy Day in New York, 2018

by 박종승


영화를 수입한 그린나래미디어 측에선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러니까 다시금 우디 앨런을 둘러싼 논란이 화제가 되고 있는 시점으로부터 3년 전에 이미 계약을 했고, 상영하지 않을 경우 피해가 막심해서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논란은 이미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것이었다. 우디 앨런의 이름을 지우고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이라 삽입했으면서 변명이 너무 구차하다. 그렇게 옹졸하게 굴 것이라면 차라리 그 피해를 감수하고서 개봉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본다.

영화가 시작하고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이것은 분명 우디 앨런의 영화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여기저기에 찍혀있는 그의 인장들. 영화 외적으로 감독을 둘러싼 논란과 비판과 더불어 내적 요소들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만은 못하다. 고전을 탐독하며 과거에의 낭만에 빠진 모습은 <미드나잇 인 파리>(2011)의 어떤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뉴욕의 거리가 더없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연기하는 티모시 샬라메와 엘르 패닝, 셀레나 고메즈가 반짝이긴 하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감독의 힘이 전만 못하다. 구멍 송송 뚫린 서사가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처음은 아니지만, 그것조차 온전하게 느껴지던 예전의 것에 비해 너무나 느슨하다.


하지만,


거짓말 같이 비가 내리는 어제와 오늘에 본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라면, 서울이든 제주든, 그곳이 어디든 영화 속 장면이 될 테다. 애슐리(엘르 패닝)가 롤란 폴라드(리브 슈라이버)의 영화를 보며 개츠비(티모시 샬랴메)가 키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대사처럼, 누군가 떨고 있는 나를 안아줬으면 이라고 생각하게 할 법한 무엇이 있었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티모시 샬라메라면. 20세기를 그리워하는 21세기의 배우로 이보다 탁월한 캐스팅이 있을까. 나라면 평생 안 입을 것 같은 민트색 스웨터를 소화해내고야 마는 엘르 패닝은 또 어떠한가.


<카페 소사이어티>(2016)의 제시 아이젠버그가 우디 앨런의 영화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보고, 티모시가 단연코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는 감독의 논란 이후 그와의 작업을 후회한다고 밝혔고, 출연료를 모두 성폭력 대응 단체에 기부했다. 우디 앨런은 다시없을지도 모를 빼어낸 배우와 팬들을 떠나보냈다. 개츠비를 따라 뉴욕에 와 일장춘몽을 꿨던 애슐리처럼.


#레이니데이인뉴욕 #티모시샬라메 #엘르패닝 #셀레나고메즈 #우디앨런 #영화


덧. <듄>이 너무나 기대된다.


덧. 우산이 있었지만 비를 맞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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