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g/McEnroe, 2017
영화에서 다른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된 것은 두 인물의 이름이다. “보리!”, “매켄로!” 다른 단어는 필요 없이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려온 그 이름들이 나는 아직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 누가 보리고 누가 매켄로인지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알긴 하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한 사람은 지독하리만큼 냉정함을 유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감정을 절제하는 그 기계적인 사람은 이전의 열성적이던 삶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다른 한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최고라고 인정받기 위해 더없이 뜨거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으니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나 싶다. 최고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같으나 그들의 인간적인 목적은 그것이 아닐 테다. “보리 versus 매켄로”라 써놓으니 불꽃 튀는 스포츠 한 판이 벌어질 것 같지만 야누스 메츠 감독은 경기장 바깥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그 실화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조명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보리 vs 매켄로>는 영화의 주요 사건인 1980년 윔블던테니스 파이널까지 인물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현재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까지 교차로 보여주며, 마치 그것마저 공을 주고받는 경기처럼 느껴지게 했다. 켜켜이 쌓인 인물들의 서사가 있기에 마지막 전체 러닝타임의 1/5 정도에 해당하는 20분간의 결승전 경기가 더욱 긴장감 있게 다가왔다.
영화의 제목을 보면 보리와 매켄로가 치열하게 다툴 것 같으나, 사실 영제는 <보리/매켄로>였다. 테니스라는 종목을 초월해 결국 인생이라는 경기는 내 앞에 선 라이벌과의 승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것임을 말하는 영화였다. 그런 이유로 두 인물을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였으나, 두 인물이 한 화면에 담기는 시간이 매우 적다. 각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의 결승전. 그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최고임이 너무나 명확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벗어나고자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이겨야 승자가 될 테지만, 어쩌면 둘은 패배함으로써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포츠, 그 스포츠의 긴장감을 다룬 수작.
실제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은 배우들의 호연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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