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curricular, 2020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이 컨텐츠를 내내 거르고 거르다 마침내 보았다. 단숨에 2개 회차를 보았다. ‘와~’ 감탄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드라마는 힘을 잃는다. 드라마 안에 여기저기, 그리고 덕지덕지 묻어있는 기시감에 하품이 절로 났다. 운동도 잘하고, 재미 삼아 본 사법 고시에도 합격한 야가미 라이토, 우연히 하늘에서 내린 검은 노트를 쥐게 되며 시작하는 시커먼 이야기. 위기에 처한 그를 돕기 위해 나타난 아이돌 미사, 그리고 또 다른 동조인 아나운서 타카다까지, 수많은 군중들 속에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 저지르는 악행을 조명하는 <인간 수업>과 <데스노트>(2006)는 너무나 많이 닮아있다. 주인공 오지수(김동희)와 배규리(박주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서민희(정다빈)의 서사는 <레옹>(1994)을 떠오르게 한다. 이왕철(최민수)의 많은 장면은 레옹을 보는 것 같았다. 마틸다가 레옹에게, 레옹이 마틸다에게 가졌던 감정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 서사에 내 감정이 가닿을 길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냥 아무 데나, 그냥 아무 거나." 의욕이라곤 무엇도 찾아볼 수 없었던 오지수가 정반대에 위치한 배규리를 만나 한껏 부풀어 오르다가 결국 터지고야 만다. 그만하라고 할 때 그만했으면, 너와 엮이지 않았더라면, 아니 애초에 시작을 안 했더라면. n번방, 성매매, 가상화폐, 학교폭력 등 다양한 소재들을 심도 있게 다루려고 한다는 거창한 출사표를 던졌는데, 겨우 10개 회차 밖에 되지 않는 드라마가 단 2개 회차를 버티지 못하고 힘을 잃는다. 딱 2화까지였다. 3화 6분 14초에 배귤이 창문을 넘어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쓸데없이 그녀의 엉덩이를 한참 클로즈업한다. <비밀의 숲>에서 같은 장면이 나올 때(남성인 황시목이긴 했지만) 실내에서 어떻게 넘어오는가를 담았다. 창문은 어느 정도의 높이인지, 발을 내딛으면서 무언가를 밟아 소리를 내 잠입이 들키진 않을지 등 실내에서 찍었을 때 더 많은 긴장감을 형성할 수 있을 테다. 배귤이 오지에게 동업을 제안하며, 학교에서 소위 "창조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차례로 소개할 때, 마치 교도소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됐고, 서민희는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지, 곽기태는 왜 이렇게 됐는지, 오지수는 어쩌다 시작하게 됐는지는 다 생략됐다. 생략됐어도 괜찮을 수 있다. 많은 문제를 보여주긴 하는데, 문제의식은 없다.
어려서, 어리기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는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전직 군인 왕철은 <아저씨>(2010)의 차태식(원빈)을 떠오르게 한다. 다시 그 태식은 4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해바라기>의 오태식(김래원)과 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왕철에게도 꼭 하고자 했던 리스트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4년이나 지나 세상에 나온 캐릭터는 제자리걸음만 할 뿐. 햇빛 쨍쨍한 대낮에 선글라스 코에 걸쳐놓고 연장 만지는 거 진짜 토쏠렸다.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들의 흔적이 보이는 게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 수업>에선 그 이상의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 자극적인 건 잔뜩 넣어놨는데, 풍뎅이를 공격하곤 껍질로 들어가 버린 게 같다. 개 같다. 엔딩에 나오는 청소년 상담센터 전화번호? 보기 싫었다. 공중화장실에 붙어 오염되고 훼손된 것들 같았다. 이 드라마를 만듦에 있어 청소년 상담센터의 얼마나 많은 사례를 찾아봤을까. 배규리라는 캐릭터가 지닌 특징처럼 다른 인물들에게도 더 많은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1화까지 보고 이 서스펜스 안에 또 다른 어떤 장르가 들어올까 궁금했는데, 진짜 이도 저도 아닌 B급 빌런이 들어와서 잡은 고기 놔주다가 어설프게 퇴장하는 어설픈 최후를 맞았다. 어설프게 욕망과 욕구와 요구를 건드리기만 할 뿐, 하나 가치 없는 픽션에 그치고 말았다.
2020년에도 담임을 담탱이라고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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