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i died : unclosed case, 2020
유서 한 장 남겨두고 외딴섬의 절벽에서 뛰어내린 소녀. 해당 사건의 마무리를 맡게 된 형사. 이미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사건은 발생했고, 심지어 다른 이의 손에 의해 결론도 지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수사물이더라도, 영화가 시작한 후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혼 소송 중이고, 교통사고로 왼팔에 마비 증세를 겪었던 경위 현수(김혜수)는 회복을 위해 휴식을 취했고, 경찰직에 복귀하기 전 이 사건을 맡게 된다. 다른 담당자가 이미 처음부터 매듭을 다 지어놓은 상황에서, 다시 처음부터 엉킨 곳이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세상을 떠나고, 또 다른 곳에선 태어난다. 영화의 제목 <내가 죽던 날>. 나는 죽지만, 다른 곳에선 다른 생명이 태어날 것이다.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누군가가 다른 곳에서 나고 죽음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누군가의 생명이라면 얘기는 다를 것이다. 현수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대로 된 식사도 없었던 죽음과도 같았던 삶에서 마치 자신의 분신을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만사 제쳐두고 현수를 위해 달려와주는 고마운 존재가 있지만, 그간의 안부를 물어주는 자상한 후배가 있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돌보는 일이 필요했을 것이다.
영화는 인물을 나눠놓았지만, 영화를 보는 누군가는 관람 내내, 그리고 후에 죽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뚝심 있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얼굴이다. 때로 너무 과하다 싶은, 전체적으론 엉성한 만듦새에도 이 정도 결과물은 온전히 배우의 몫일 테다. 원래도 높게 평가했지만, <내가 죽던 날>에서의 김혜수는 내가 뭐라고 감히 그 삶을 짐작해볼 순 없겠지만, 그 삶이 보이는 연기였다. 연기가 아닌 당신의 삶의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언제인지도 모를 어느 날에, 나 자신을 잃어버린 나, 죽어버린 나의 모습을 김혜수는 매 장면에 꾹꾹 눌러 담아내고 있었다. 순천댁 역의 이정은과 세진 역의 노정의도 호연을 펼쳤지만 김혜수의 그것은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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