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Life Goes On..., 1991
고속도로의 요금소, 여러 대의 차량이 지나고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는 직원에게 ‘루드바르’ 지역으로 가는 길이 뚫렸냐고 묻는다. 어제도 이곳을 지나갔었지만 길이 막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했던 것 같다. 1990년 이란 북부에 지진이 있은 후에 영화감독인 주인공은 일전에 자신의 영화를 촬영했던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단지 촬영 현장이었던 것만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일반인들과 함께 작업했었기에 더 걱정이 컸던 터였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 도로는 사람들로 꽉 막혀있고, 어느 곳은 자동차를 끌고 갈 수 없을 만큼 무너져있다. 영화의 포스터 한 장 달랑 들고 그들의 생사를 물으나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처럼, 답답하고 절망적이었던 상황은 점차 숨통이 트이고 희망이 보인다. 폐허 같은 곳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삶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들을 한다. 가족을 잃었지만 눈물을 흘리는 대신 희망을 말해본다. 집이 다 무너져 텐트를 치고 냇물에 설거지를 하면서도 월드컵 중계를 보기 위해 안테나를 설치한다. 사람들은 경기 결과를 두고 내기를 하고, 멀쩡한 예식장과 신혼집이 없지만 식과 초야를 치른 부부도 보인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줄곧 자가용을 이용해 이동했던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차에서 내리게 될 상황에 놓인다. 너무나 가파른 언덕을 차가 오르지 못했기 때문인데, 좀 전에 주인공이 지나쳐왔던 사내가 쫓아와 차를 밀어준다. 사내는 땅으로 곧 꺼질 것 같이 보이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면서도 주인공을 도와주고 그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뒤이어 사내의 도움을 받은 주인공이 차를 끌고 언덕을 올라 사내를 태워주고는 함께 나아간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펼쳐지는 소동을 익스트림 롱숏으로 8분가량 롱테이크로 담는데, 그간 봐왔던 영화의 내용이 오버랩되며 비발디의 희망찬 음악과 함께 큰 울림을 선사한다. 다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영화는 시작했으나, 오히려 다 더 단단해진 앞날이 기대되는 마지막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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