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Then We Danced, 2019
스크린 안의 또 작은 프레임, 여러 무용수가 등장하는 무용이 담긴 흑백 필름의 이미지가 있은 후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조지아 국립무용단의 무용수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와 마리(아나 자바히슈빌리)가 보인다. 전통무용으로 보이는데, 얼핏 보아도 힘 있게, 위엄 있어 보이게 추어야 하는 것 같으나 메라비는 외모도 내면도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무용단에 성추문으로 한 무용수가 쫓겨나고 그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인물로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발리)가 오는데, 첫인상부터 메라비와는 상반된, 체격도 훨씬 크고 남성적인 인물이었다. 메라비의 눈에 그가 라이벌로써 들어오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눈에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걸 짐작하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메라비가 춤을 출 때에 “못처럼 꼿꼿해야지”라는 말을 듣고 이라클리를 처음 보게 됐을 때부터 이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을 떠올리며 봤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공간에서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인물에게 찾아온 낯선 이라는 설정은 굳이 <콜바넴>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설정이었다. 메라비에겐 열 살부터 오랜 시간 함께 춤춰온 마리가 있음에도, 이라클리를 만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움을 예감했을 것이다.
언제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오래 전의 필름 이미지와 연결 지어 보여주는 국립무용단의 성격은 보수적인 것 같다. 메라비의 아버지도 무용수였고, 할머니도 무용수였다. 큰 무대에도 섰다는 것 같은데 집에 전기가 끊길 만큼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메라비는 새벽부터 무용단에 나가 춤을 추곤, 저녁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극단에는 성추문 사건으로 쫓겨난 무용수가 동성애자였고 그래서 여러 수모를 겪었다는 소문이 돈다. 메라비를 둘러싼 모든 것이 그를 억압하고 있다. 쉬이 예상할 수 있게 흘러가는 전개, 그리고 감정선인데 그것을 잡아주는 것은 위의 억압이다.
레반 아킨 감독이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에서 젊은이들이 욕망을 분출할 수 있게 설정한 곳은 클럽이다. 무용단의 인물들이 따로 모여서도 춤을 췄고, 클럽에서도 춤을 춘다. 무용단에선 전통의 것을 춰야만 했다면, 사석에서 그리고 클럽에선 자유분방하게 원하는 대로, 어떠한 규제 없이 춤을 춰도 된다. 조지아 최초의 LGBT 영화라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이미 첫 장면부터 정치적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한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확립해가는 성장드라마, 영화 내외적으로 정치적인 영화로만 그치진 않는다. 최소한 그러길 바란다. 영화는 전통의 가치와 그것이 녹아든 문화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이미 주변이 가득한 곳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흑백 필름의 영화에서 컬러로, 디지털로 발전했듯, 메라비와 함께 세상도 발전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함을 말한다.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반면, 눈이 편안한 영상미와 잔잔한 숏의 나열들이 가볍게 부담 없이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과정에서 상처가 나고, 생채기가 남겠지만 그리고 우린, 앞으로도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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