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s Gambit, 2020
너무 매끄럽게 잘 닦인 이야기를 보았다. 7회 차 구성의 드라마는 한 개 회차별로 기승전, 기승전결 구조를 이뤄 보기에도 아주 편안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매력이 없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셜록 홈즈로 주연한 <셜록>(2010) 시리즈에선 결점이라곤 없을 것 같은 셜록의 곁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더없이 인간적인 왓슨 박사(마틴 프리먼)를 조합해 밸런스를 맞췄다. 비록 셜록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덜떨어진 머리로 어떻게 삽니까?”라고 모질게 말을 할지라도 말이다. 순박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세돌이 아이돌 ‘오마이걸’을 보며 자신이 “찐팬”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천재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했다.
어려서 사고로 부모를 잃은 베스(안야 테일러 조이)는 체스에 재능을 보인다. 작은 주 대회에서 시작해, 규모가 더 큰 곳으로 점차 옮겨가서는 이내 미국 챔피언에 올라 소련의 프로들과 대결을 벌인다. 베스는 연전연승을 달리는 와중 술과 담배(때로 대마초), 섹스에 취한다. 이 매끄러운 드라마의 위기는 바로 이것이다. 베스는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있던 어떤 결핍들을 체스 기사로서의 성공과 함께한다. 더 높고, 더 큰 성공을 이루기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중독된 무언가를 채우는 것 역시 더 많은 정도와 빈도가 필요하다. 시간은 한정돼있는데, 둘이 공존할 수는 없다.
“Jesus fucking Christ. Who the hell are you?"
그러게나 말이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3 아이덴티티>(2016)에선 “예.쁘.네.”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느낌이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긴 한다. 역시, 소위 일진 정도의 역할의 클레어(헤일리 루 리차드슨), 심지어는 외모도 비슷한 마가렛(돌로레스 카르보네리)에 대한 동경 아닌 동경도 나오고. 그렇다고 그녀를 미워할 수도 없다. 이해나 공감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잠깐 눈을 다른 곳에 돌려도 전혀 지장이 없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TV에서 방영되는 그런 드라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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