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다룬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광화문에 쫓아가서는 피켓과 촛불을 들고 버스 앞까지 가 소리를 치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동시에 아주 무거운 무게감도 느껴진다. 어떤 영화들은 감정에 호소한다. 그러나, 아론 소킨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그렇지 않다. 경쾌하고 가볍게 흘러가는 장면들을 보다 보면, 그래서 너희의 취지가 뭔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천상 이야기꾼 아론 소킨의 영화가 지닌 특징이 법정 드라마를 만나 더 빛을 발한다.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포함해 미국이나 한국이나 영화 속 1968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며 오늘도 놀란다. “흑표당”이 무슨 뜻이지 한참 생각하다가, 블랙 팬서가 떠올랐다. "Black is honest and beautiful." "Free Huey!" 아녜스 바르다 감독님의 <블랙 팬서>(1968)에서 봤던 그 상황이었다. 근데 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극영화인데,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다. 배우들은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하며 생생하게 상황을 스크린 너머의 관객에게 전달한다. 당시의 미국 사회를 겪어보지 못한 한국인에게 마치 잘 만들어진 영상 강의를 해주는 느낌이랄까. 느낌만 그런 게 아니라 당시 실제 시위의 영상을 중간중간 삽입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미국이냐 한국이냐를 떠나서, 단순히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갈래의 흐름이 있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를 떠나서, 방향이 왼쪽이나 거기서 나눠지는 갈림길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제목에서 언급한 7(영화 안에선 8이 되기도 하지만)이 제각각 다른 입장과 견해를 갖고 있음을, 마찬가지로 검사 측에서도 당연히 그런 것을 보장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해 줘서 영화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법정 씬들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별 거 아니지만,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이런 것들에 크게 적용되어 보기 좋은 영화였다.
한편 아론 소킨 감독은 작금의 현실과 영화가 너무 비슷하다는 말에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각본을 수정한 게 아니라, 각본에 표현된 대로 시대가 퇴화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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