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en Ray, 1986
델핀(마리 리비에르)은 두 달 간의 휴가를 2주 남겨놓고 함께하기로 했던 친구가 사정이 생겨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가족들은 정반대의 날씨인 아일랜드로 가려한다. 일정이 길기도 하고 혼자 가기엔 우려가 앞서 같이 갈 다른 이를 찾아 나선다.
혼자선 두렵고, 채식을 하는 델핀을 만난 친구들은 본인들만의 방식대로 조언을 하지만, 그것은 때로 조언이 아닌 강요가 되기도 한다. “난 혼자 갈 건데, 넌 왜 혼자 못 가냐.”, “소심한 성격이 문제다.”, “해결책을 찾으라는 거야.” “어서 말해 봐. 이해해줄게.” 친한 이들에게마저 자신의 생각을 이해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자 낙담한 델핀은 울음을 터뜨리고야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던 델핀은 한 친구네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델핀과 마음이 맞는 건 모래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와 갓난아이뿐이다. 채식주의자인 델핀에게 고기의 맛을 설명하는 이나, 꽃을 가만히 바라보는 게 좋다던 델핀에게 그 꽃을 꺾어서는 꽃다발로 만들어 선물하는 이나 델핀에겐 맞지 않다.
그저 싫다. 내키지 않다. 정도로만 친구들의 조언을 거절하던 델핀이 초반엔 조금 답답했으나 어느 순간 그녀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되는 순간부터는, 델핀에게서 나의 어떤 모습들이 보이는 순간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델핀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 싫고, 선선하거나 혹은 추운 날씨의 지역은 가기 싫고, 채식을 하는 건 틀림이 아닌 다름이다. 누구와 함께가 아닌 혼자 있는 게 더 나을 때도 있고, 진정한 남자가 아니면 혼자가 더 좋기도 한 법인데,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사귀는 게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닌데, 어떤 때에는 그 다름을 무시하고 강요하는 이들이 잘못됐음을 놓치는 순간들이 있다. 막연하게 녹색이 행운을 가져다 줄 거라고 믿어왔던 델핀에게 비로소 만난 누군가와 마주한 녹색 광선은 신비로운 것이었다. 마치 울어야 될 것만 같은.
#녹색광선 #마리리비에르 #에릭로메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