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ée, 2020
너랑 와보고 싶었어. 너랑 가장 먼 곳을 가보고 싶었어. 그러면서도 갇혀있고 싶었어. 우리 둘이. 너랑, 나랑. 얼음장처럼 한기가 맴도는 방이더라도, 찬바람에 창문이 곧 깨어질 듯 덜컹거리더라도, 그 찬 공기가 이불마저 차갑게 해 눈을 덮고 있는 것 같더라도, 너랑 살을 대고 있으니까 행복했어. 너의 입에서 나오는 온기가 날 따뜻하게 해 줬어. 너의 온기가 내 몸에 퍼지듯 나뭇잎들에도 예쁘게, 용하게 물이 들었어. 모르겠어. 좋았던 것 같아. 아니, 좋았어. 아주 좋았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내가 아무리 네게 곁을 내어주어도, 내가 널 따뜻하게 해 주기엔 역부족이었어. 어느 날 밤엔가 여느 때처럼 내가 있는 이불속으로 네가 들어왔을 때,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됐어.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지리란 것을 알고 있었고, 해결할 방법이 없음도 알고 있었어. 미어지는 울음을 안으로 꾹꾹 눌러 참아보려 했으나, 피부를 뚫고 터져 나왔어. 내 손을 잡고 있는 네 손에서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음이 느껴졌어. 너의 손에도 나의 것들이 전해졌을 것 같아. 꽃들이 죽는다. 예쁘게, 조용하게 죽는다. 나의 에델바이스. 모두 잊어도 돼. 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지금껏 네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아왔어. 이렇게 방에 가만히 앉아 창밖 세상을 보고 있으면 지난날의 기억이 아득해져. 흩날리는 나뭇잎에도, 지는 꽃에도 파안한 너의 얼굴이 보여. 너의 내일을 응원할게. 너와 함께 했던 이 어두운 밤에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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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