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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Dec 15. 2020

<조제>

Josée, 2020

   

너랑 와보고 싶었어너랑 가장 먼 곳을 가보고 싶었어그러면서도 갇혀있고 싶었어우리 둘이너랑나랑얼음장처럼 한기가 맴도는 방이더라도찬바람에 창문이 곧 깨어질 듯 덜컹거리더라도그 찬 공기가 이불마저 차갑게 해 눈을 덮고 있는 것 같더라도너랑 살을 대고 있으니까 행복했어너의 입에서 나오는 온기가 날 따뜻하게 해 줬어. 너의 온기가 내 몸에 퍼지듯 나뭇잎들에도 예쁘게용하게 물이 들었어모르겠어좋았던 것 같아아니좋았어아주 좋았었어하지만그 이상으로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내가 아무리 네게 곁을 내어주어도내가 널 따뜻하게 해 주기엔 역부족이었어어느 날 밤엔가 여느 때처럼 내가 있는 이불속으로 네가 들어왔을 때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됐어.


아니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지리란 것을 알고 있었고해결할 방법이 없음도 알고 있었어미어지는 울음을 안으로 꾹꾹 눌러 참아보려 했으나피부를 뚫고 터져 나왔어내 손을 잡고 있는 네 손에서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음이 느껴졌어너의 손에도 나의 것들이 전해졌을 것 같아꽃들이 죽는다예쁘게조용하게 죽는다나의 에델바이스모두 잊어도 돼다 괜찮아괜찮아나는 지금껏 네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아왔어이렇게 방에 가만히 앉아 창밖 세상을 보고 있으면 지난날의 기억이 아득해져흩날리는 나뭇잎에도지는 꽃에도 파안한 너의 얼굴이 보여너의 내일을 응원할게너와 함께 했던 이 어두운 밤에 남아서.


#조제 #한지민 #남주혁 #김종관 #영화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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