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Jones, 2019
스탈린 정권 하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대기근 ‘홀로도모르(Holodomor)’를 폭로한 웨일스 출신의 기자 가레스 존스를 조명한 영화.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미스터 존스>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과 함께 엮어놓았다. 언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영화 안에 조지 오웰(조셉 묠) 역을 넣었고, 그가 <동물 농장>을 집필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열고 맺었다. 조지 오웰은 오프닝에서 말한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난 이런 시대와 맞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세상을 동물들에 빗대어 표현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미스터 존스>가 시작하기 전에, 1945년에 <동물 농장>이 있었다. 그리고 <동물 농장>이 있기 전의 1930년대가 이 영화의 배경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않는 편이라 몰랐으나 엔딩 크레딧을 보며 이상했다. 아그네츠카 홀란드. 그는 폴란드 출신의 감독이다. 영화는 웨일스에서 소련과 우크라이나로 이동했다가 다시 웨일스로 돌아오는 동선을 취한다. 폴란드 감독이 만들었으나 폴란드는 없다. 폴란드 감독이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을 특별히 소환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지 오웰은 스탈린이 집권하던 소련과 소련의 전체주의를 동물들에 빗대어 풍자했으나,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그것을 다시 실사화 한다. 히틀러를 인터뷰했던 최초의 외신 기자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는 스탈린을 인터뷰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자신이 계산하기론 소련은 이미 파산했는데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오기 때문이었다. 비자를 받아 정식으로 입국했으나, 다시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승인을 받아야 했고, 뉴욕 타임즈의 모스크바 지부장 월터 듀란티(피터 사스가드)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퓰리쳐상을 수상한 기자가 앞에 있으나 존스는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의 밑에서 활동하는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는 유능한 기자라고 소개받지만 왜인지 작성한 기사를 승인받지 못한다. 에이다는 독일에서 왔다. 존스가 우크라이나의 대기근을 목격하고 웨일스로 돌아갔을 때, 에이다는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간다. 밖에선 확성기가 쉬지 않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32년의 소련과 33년의 독일이라니. 에이다는 존스에게 말했다. “순식간에 모든 게 무너져 내리네요. 진실은 하나뿐이죠. 축하해요. 파울이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다음엔 짐을 잘 챙기고 다니세요.”
조지 오웰이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하며 맺는 엔딩에서 존스와 듀란티의 마지막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에이다에 대한 것은 알 수 없다. 에이다는 허구의 인물 이어서일 수도 있고, 실존인물이지만 그 마지막을 알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1930년을 배경으로 1945년에 쓰인 소설이나 아직도 읽히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소설 속의 것들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왜 <동물 농장>을 실사화했나. 농장에서 나폴레옹으로, 미니무스로, 핑크아이로, 돼지들로 표현됐던 인물들을 인간들로 표현했나. 가레스 존스는 다시 한번 세상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언론에 종사하고 있진 않지만,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나에게 “말하는 게 당신의 의무이고, 듣는 게 우리의 권리죠.”라는 대사는 무거운 질문이 되어 날아왔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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