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교차점
두 사람의 운명이 교차하는 시점이 있다. 탈무드에 나오는 굴뚝 청소부 아이들처럼.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했고 다른 아이는 얼굴이 더러웠다. 굴뚝에서 나온 아이들은 서로를 보고는 자신의 얼굴이 서로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러운 아이는 얼굴을 씻지 않았고, 깨끗한 아이는 얼굴을 일부러 씻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에서 자신을 보았다. 그들은 비교적 비슷한 사람들이었지만, 성분 비율은 조금씩 엇갈렸다. 꿈을 쫓는 일과 세상 속에서 발 붙일 자리를 만드는 일은 모든 이에게 주어진 삶의 숙제다. 먼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발을 뻗어 디딜 땅을 더듬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응원하고, 또 힐난하면서 사랑한다. 둘 중 하나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다 자신의 소박하되 단단한 꿈으로 돌아왔고, 소박한 꿈을 단단하게 다지던 누군가는 어느새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 운명의 교차로.
운명의 변곡점에서 사람들은 황망히 도움을 청하려 주변을 돌아본다. 그리고 누군가와 눈빛을 마주친다. 그 눈빛들로 인하여, 삶은 달라진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와 눈을 마주친 그 사람에게도 내 눈빛은 하나의 변곡점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당구공이 서로 부딪쳐 때로는 날카로운 예각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둔각으로 궤도를 바꾸듯. 세상이라는 판과 삶이라는 시간 위에 당구공처럼 돌고 돌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될까. 그리고 변곡점을 통과하며 가지 않은 길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가.
근래에 비슷한 이야기들을 본 기억이 있다.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 우디 앨런의 <까페 소사이어티>, 에단 호크 주연의 <본 투 비 블루>. 하지만 감독은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연출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알고 이야기 속에 그 연출을 펼쳐놓기 위해 디딤돌을 쌓는다. 그로 인해 비슷 비슷한 이야기 속에서도 자기만의 인장을 남겼다. 그리고 그 인장은 믿기 힘들 정도로 로맨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