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와 호의
친구들이랑 사이 좋게 지내고,
선생님 말 잘 듣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들여보내며 하는 말이다.
말하며 새삼 놀란다.
아이가 벌써 이 말을 알아들을 만큼 자랐다는 데에서 한 번.
그리고 저 전형적인 말을 온 마음을 담아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또 한 번.
아이의 생활 과정에서의 특이 사항들에 대한 상담을 선생님과 하다보면
저 말을 안 할 도리가 없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만은 지내기 힘들고
선생님도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반항아가 되겠지.
그래도 아직은 친구가 왔다고 아장아장 마중나오는
저 뽀얀 피부의 아이들이 사이좋게 즐거웠으면.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생업으로 받아들인
선생님들 마음 고생 하지 않고 아이들 웃는 모습에 즐거웠으면.
저 간단한 두 문장이 학교 생활의 진리인 것 같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선생님 말 잘 듣고.
그러다보면 공부도 하고, 자기가 누구인지도 좀 알게 되겠지.
그런데 난
친구들이랑 사이 좋게 지내려고 노력했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왜 머리가 굵어질수록 그게 그렇게 힘들었을까.
아마 모두들 그랬겠지.
사람의 성장과정의 DNA에 박혀 있는 것 같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좋아하고 배신감 느끼고, 무리짓고 괴롭히고…
선생님도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껏 배우고.
이 모든 것에 또 깊숙이 발 담그고 경험하게 되겠지.
어른이 되기 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인간이 가진 특 장점인 것 같다.
선의와 호의 없인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정이니까.
선의와 호의를 사회 한 켠에 늘 꼭 붙들고 있는 것이니까.